수능 이후에 남은 것

방재홍 (본지 발행인 겸 편집인)

2006-11-22     관리자


 

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영하권의 초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치러졌다. 항상 해마다 되풀이 되는 수능시험이지만 많은 수험생들이 이번 수능에 임하는 부담은 상당했을 것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이번 수능을 마지막으로 2008학년도부터는 새로운 시험제도로 바뀐다.  재수에 따른 불리함을 피하기 위한 하향 지원을 하는 수험생이 많아 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직 완전히 끝난 수능이 아니지만 수험생들의 입장에서는 가장 큰 고비를 무사히 치렀다는 안도감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후유증도 예상된다. 가장 큰 문제는 수능에서의 해방에 따른 상실감이다.
이들 수험생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수능공부에 소비했다.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얻어야한다는 목표의식이 그동안 수험생들을 공부에 매진하게 지탱해준 요소였다. 하지만 수능에서의 해방은 목표의식의 상실로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보자하는 욕구와 유혹에 빠져들 수밖에 없으며 이는 때때로 탈선이란 이름으로 이들을 찾아온다. 수능이후에 이들 수험생들이 건전한 문화생활과 여가를 보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기성세대의 임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이들을 수용할 만한 문화공간과 환경이 너무나 협소하다. 길거리에 잔뜩 늘어서 있는 것은 유흥업소가 대부분이다. 기껏해야 이들이 찾을 수 있는 곳은 영화관이나 연극공연 등에 불과하다.
우리사회는 청소년들의 탈선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언제까지 이들에게 ‘하지마라, 가지마라’만을 강요할 것인가. 이제 우리사회가 이들이 제대로 훌륭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국가나 교육당국이 이들의 문화적, 지적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다양한 체험학습과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해야함은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사회단체나 시민사회에서도 이들이 올바른 길로 갈수 있도록 적극적인 계도활동을 펼쳐야하며 우리 스스로도 이들에게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독서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도 독서가 청소년들의 인격향상과 지식습득에 영향을 미치며 독서를 통해 간접체험과 풍부한 사회 경험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수능은 끝났지만 이들이 보다 넓은 세계를 볼 수 있도록 독서를 비롯한 각종 취미활동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물론 수능이 끝났다 해서 시험과정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아직도 많은 대학에서 논술과 면접 실기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수험생들에게 1년 중 가장 큰 관문을 넘어섰다는 안도와 허탈감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수능이전보다 이들에게 더욱 큰 관심을 가져야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