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에서(김년균)

2009-08-06     홍윤기
너를 찾는 일은 슬픈 일이 아니지만

나는 슬픔을 얻으려고 이곳에 온다

이곳에 살면서 천년을 익힌 네가

천년을 익히며 슬퍼버린 네가

자나 깨나 그리워서 이곳에 온다

너를 찾는 일은 슬픈 일이 아니지만

너를 보면 엉겅퀴 잎새처럼 천년이 치솟고

꽃을 심다 날아간 새떼를 본다

낯익은 새떼들의 얼굴을 본다

너를 찾는 일은 슬픈 일이 아니지만

이곳에 오면 이렇듯 슬퍼지고

돌아갈 땐 혼자 울며 나는 날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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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감상]    

백제 역사 현장의 진실 추구
              
김년균 시인이 《現代文學》(1981.8월호)에 발표해 그 당시 찬사를 받았던 「백제시」의 가편이다.
필자는 지난 7월 8일 일본 구마모토의 백제인들의 ‘기쿠치 성터’에 직접 가서 그 곳서 작년 가을(2008.10.23) 새롭게 발굴된 [백제보살입상]을 뵈웠다. 그 순간 떠오른 것이 김년균의 명시 「부여에서」였다.
그 옛날 백제의 왕도 ‘소부리(所夫理)’땅의 구릉 지대(부여군 규암면 신리)에서 발굴된 것이 [봉보주보살입상]이다. 놀랍다고 하여둘까. ‘기쿠치 성터’에서 나온 [백제보살입상]과 [봉보주보살입상]은 둘이 서로 한몸의 쌍둥이인양 그 생김새며 크기(9.7cm)가 너무도 빼닮았다. 백제는 망해 우리를 슬프게 했으나 백제 불상들은 일본에 건너 가서도 또렷하게 살아 있었다. ‘구다라(百濟)’는 일인들의 ‘큰나라 백제’라는 자랑찬 호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