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냐 공주의 생일`

2009-07-30     독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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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스페인의 공주가 열두 살이 되는 생일날 아침, 궁궐은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바쁘다.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는 꽃들은 그날따라 더욱 달콤한 향기를 풍겼고, 나비들은 날개에서 금빛 가루를 날리며 꽃들 사이를 아름답게 날아다닌다. 그러나 그날 축제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조그만 곱사등이 난쟁이의 출현이다. 난쟁이가 다리를 양옆으로 뒤뚱뒤뚱 걸어 들어오는 모습을 본 공주와 아이들은 기쁨에 넘친 함성을 지른다.

난쟁이는 공주가 선사한 하얀 장미 한 송이에 마음을 빼앗겨 공주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고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마냥 들떠있지만 자신이 안짱다리에 곱사등이 난쟁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 준 거울 앞에서 난쟁이의 꿈은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그리고 공주의 웃음이 사랑이 아니라 한낱 비웃음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냉혹한 현실과 진실 앞에서 그만 심장이 멎고 만다.
 
오스카 와일드는 이 작품에서 난쟁이가 숨을 멎은 것을 보고도 동정은커녕 냉정한 말을 던지고 돌아서는 지금까지와는 정 반대의 공주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를 통해 인간 혹은 사회의 모순과 이기심, 오만함에 대해 통렬하게 비판하고자 했다.
 
■ 에스파냐 공주의 생일
오스카 와일드 지음 / 두산 칼라이 그림 / 김서정 옮김 / 문학과지성사 펴냄 / 48쪽 / 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