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그램(큐브의 수수께끼) 9회

김나인 연재소설

2009-06-01     김나인
[독서신문] 김나인 소설가 = 그녀는 자신이 성안드레아 정신병원에 강제로 이끌려 수감되었는지 정확한 이유를 몰랐다. 그 어느 누구도 납득이 갈 만한 설명을 해 주지 않았다.

입원 열흘 뒤, 그녀는 성안드레아 정신병원의 작은 병실에 익숙해져갔다. 액자 사진도 걸어 놓았고, 말하기 좋아하는 최다솜을 알게 되었다는 것에 더 큰 기쁨을 느꼈다.

「나는 정상이야, 내가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저들과 소통이 되지 않아. 원시적인 언어를 쓴다고. 내가 불만을 늘어놓으면 간호조무사 두 서넛이 거세하려 들고 일명 코끼리주사를 놓지. 코끼리주사를 맞으면 온 몸의 힘이 갑각류처럼 몸에서 빠져나가 버리며 머릿속은 엔도르핀이 증가하며 바보가 되지. 저들은 나를 외계인으로 취급해. 내 눈으로 그들은 나를 우울증이나 조울증, 공황장애의 병명을 뒤집어 씌워 돈을 버는 악덕업자에 불과하다고. 나는 지극히 정상이라고. 옆 병동의 알코올 중독자나 히로뽕을 투약한 적도 없고 담배도 피우지 않아. …… 어떤 짓을 해야 나를 정상인으로 볼까. 나는 퇴원하고 싶다고.」

최다솜은 교양과 품위를 지키기 위해 상냥한 어조로 말하고는 손거울로 얼굴을 살피었다. 아침 아홉시부터 주어지는 한 시간 가량의 자유 시간에 그녀와 최가람은 항시 휴게실에 앉아 잡담을 늘어놓기 일쑤였다.

최가람은 항시 느끼는 것이지만 최다솜은 본인의 생각을 거침없이 내뱉다가 흥분하는 타입이었다. 그렇다고 최다솜이 정신적으로 이상하다고 느껴 본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녀만의 개성, 여성스러움으로 여겨졌을 뿐이다.

그 자유시간이 끝나면 알코올 중독자 병동과는 다르게 주치의와 개인상담소에서 상담치료를 받거나 수면제를 먹고 오전을 낮잠으로 보내거나, 뜨개질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알코올 중독자와는 분리 된 병동에 격리되어 수용되었지만 대부분 그들과 이야기도 나눌 수 있을 만큼 오전에는 휴게실에서 서로 마주치거나 잡담을 나눌 수도 있었다.

「저 남자 알아, 자기가 교수라고 하는데 교수 같은 티가 안 나. 멍청하게 보여.」

최다솜은 최가람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한다.

- 다음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