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가득한 가천 다랭이마을

바람 따라 떠나는 길(7)

2009-04-29     이병헌

▲ 초록빛 가득한 가천 다랭이마을     © 독서신문

 
많은 사람들이 남해군을 보물섬이라고 부르는데 바로 가천 다랭이 마을도 한 보물에 속한다.

다랭이 마을은 설흘산이 바다로 내리지르는 45°경사의 비탈에 석축을 쌓아 108층이 넘는 계단식 논을 일구어 놓은 곳으로 조상들의 억척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옛날에 한 농부가 일을 하다가 논을 세어보니 한배미가 모자라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포기하고 집에 가려고 삿갓을 들었더니 그 밑에 논 한배미가 있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작은 크기의 삿갓배미에서 300평이 족히 넘는 큰 논까지 있는 다랭이논 마을이다.

바다를 끼고 있지만 어업보다는 벼와 마늘이 주 소득 작목이다. 최남단에 위치해 한겨울에도 눈을 구경하기 어려운 따뜻한 마을로 쑥과 시금치 등의 봄나물이 가장 먼저 고개를 내미는 곳이며, 해풍의 영향으로 작물의 병해충 발생률이 낮아 친환경농업이 가능한 마을이다.

이곳의 논이나 밭이 그리 넓지 않아 농기계보다는 쟁기를 이용해서 농사를 짓는 곳인데 그날도 한 농부가 쟁기로 논을 갈고 있었고 워낭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다랭이 논을 돌아보면서 향수에 젖고, 가천 암수바위를 돌아보면서 생각에 잠기고, 바닷가에 가서 바다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마을로 올라와 할머니가 담근 동동주와 해물파전 그리고 국수를 먹으면서 인심을 느껴볼 수 있다.

가천 다랭이 마을은 일년 중 어느 계절에 가도 훈훈한 인심을 느낄 수 있으니 바람 따라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

/ 이병헌 임성중 교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