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살장

미국의 도축장, 그 안의 진실
미국 쇠고기 문제에 대한 또 다른 접근

2008-06-01     독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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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금 하나의 화두에 집중하고 있다. 그것은 매일 같이 청계 광장에서 외쳐지는 단어 ‘광우병’이다.

지난 4월 17일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간의 쇠고기 협정을 타결한 이래 조금씩 불거져 나오던 광우병 문제가 4월 30일 mbc <pd 수첩>에서 다뤄진 이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더니 급기야 성난 국민들이 청계 광장에 집결, 촛불 시위를 벌이며 ‘협상 무효’와 ‘수입 금지’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정부는 이들이 주장하는 광우병 문제를 ‘광우병 괴담’ 이라고 일축하고,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문제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광우병 대한 걱정은 이미 일파만파로 퍼져 나간 상태이고, 이러한 사람들에게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인식은 정부와 언론의 주장이 진실이 되었든, 거짓이 되었든 ‘먹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고정되어 버렸다.

이러한 시점에서 시공사에서 출간된 『도살장 slaughterhouse』은 미국의 도축 검역 시스템에 대한 진실에 보다 한발 더 객관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도살장 slaughterhouse』은 일종의 고발서 이다. 이 책의 저자인 게일 a. 아이스니츠는 인도주의적 축산 협회(humane farming association)의 수석 조사관이자 알버트 슈바이처 상을 수상한 바 있는 동물 보호 운동가이다.

그는 미국 도살장에서 매일같이 벌어지는 잔혹 행위를 알게 된 후 직접 근로자뿐만 아니라 미 농무부의 검사관까지 모두 인터뷰했다.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도살장 내부까지 잠복해 들어가 취재하고, 몰래 사진을 찍어 이 책을 완성 했다.

아이스니츠의 조사 과정에서 특히 주목한 부분은 열악한 환경, 전혀 안전하게 관리되지 않는 시스템을 거치면서 각종 병원균과 오염물질에 노출된 채 유통, 소비되는 육류의 치명적 위험성이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피해 어린이들과 부모의 증언을 읽다 보면 지금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왜 전문가들이 심각한 경고를 전해주고 있는지를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저자는 우리가 극히 희박한 가능성을 지닌 ‘광우병’을 외치는 동안 광범위하고 치명적인 위험성은 슬그머니 고기 포장 속에 감춰진 채 우리의 식탁에 접근하고 있는 것을 경고 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육류’라는 것이 과연 인간의 미각을 위한 훌륭한 음식재료인지 인간의 본성과 건강을 파괴하기 위한 악마의 식단인지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 끊이지 않게 될 것이며 지구상의 전 국가 중 대한민국에서 외치고 있는 광우병 논란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심각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권구현 기자> nove@enewstoday.co.kr
 
도살장
게일 a. 아이스니츠 지음 / 박산호 옮김 / 시공사 펴냄 / 336쪽 / 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