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옥스퍼드 사전 편찬자가 들려주는 영단어 이야기

2023-02-17     김혜경 기자
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maverick은 오늘날 독자적인 길을 가는 사람, 처칠처럼 사회적 규범이나 기성 질서에 굴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킬 때 두루 쓰이는 단어다. 이 말의 기원은 19세기 미국의 대지주이자 의원이었던 새뮤얼 매버릭이다. 그가 몹시 불쾌하고 게으른 사람이었다는 기록도 있고, 공정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이었다는 기록도 있다. 무엇이 진실이든 매버릭이 인습을 벗어난 사람이었던 것만큼은 분명하다. <44~45쪽>

인간의 역사 속엔 결혼을 뜻하는 다양한 말이 있었다. 17세기에는 join giblets라고 했는데, giblets이 인간이나 동물의 필요 없는 찌꺼기 부분이라는 걸 생각하면 특이한 표현이다. 하지만 기록을 살펴보면 역시나 유머와 조롱을 담은 표현이라는 걸 눈치챌 수 있다. “당신에게 약혼자가 없다면 우리 서로의 잉여 부위(giblets)를 하나로 합쳐(join)봅시다!” <89쪽>

언어학자들에게 영어에서 가장 쓰임이 다양한 말을 꼽아보라고 하면 fuck은 아마 항상 상위권을 차지할 것이다. fuck은 문장 어디에 끼워 넣어도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명사로도(he doesn’t give a fuck), 형용사로도(not a fucking clue), 동사로도(I fucked up), 강조어로도(it’s all gone fucking mad), 심지어 일상적 간투사(abso-fucking-lutely)로도 쓰이는 단어가 fuck 말고 또 뭐가 있을까? <179쪽>

rival이라는 말도 물에서 기원했다. river의 형제 단어인 rival은 같은 수원의 물을 두고 다툰 사람, 즉 같은 것을 추구하는 사람을 가리켰다. derive(비롯되다)도 같은 언어 집단에 속하는데, 물을 저수지나 시내에서 다른 장소로 흐르게 한다는 뜻이었다. <337쪽>

[정리=김혜경 기자]

『옥스퍼드 오늘의 단어책』
수지 덴트 지음 | 고정아 옮김 | 윌북 펴냄 | 432쪽 | 1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