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흡연 여성 잔혹사』

2022-11-30     김혜경 기자

“담배는 우리가 순종적인 여성이 아님을 드러내는 표식이었고, 남자들에게 ‘엿 먹어라’ 내지르는 감자주먹이었고, 영혼을 해방시키는 해원의 깃발이었다.”

『영초언니』의 서명숙 작가가 수십 년간 한국에서 흡연 여성으로서 보고 겪고 듣고 당하고 ‘해 댄’ 일들에 대한 자서이자, 오기와 끈기로 취재하고 탐구한 ‘담배와 여성’에 대한 성실한 르포. 그의 끽연사는 지독한 블랙코미디와 부조리한 시대극을 오간다. 대학 시절 담배 때문에 남학생들과 패싸움에 휘말리고, 급기야 경찰에게 따귀까지 맞았으며, 결혼식 날엔 기념 담배를 피운답시고 흰 장갑을 벗어 놓았다가 맨손으로 신부 입장을 하고 말았다. 그는 자신의 경험과 함께, 국경과 시대를 초월한 여성들의 흡연 에피소드를 발랄한 입담으로 전한다. 모두가 금연을 권하는 시대, 작가가 여전히 여성의 흡연권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유를 들어 보자.

■ 흡연 여성 잔혹사
서명숙 지음 | 이야기장수 펴냄 | 280쪽 | 1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