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사라진 저녁』

2022-11-21     안지섭 기자

돈가스를 배달시켰는데 살아있는 돼지가 왔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집 안에서 핸드폰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금세 배달 음식이 문 앞에 놓이는 모습은 너무나도 익숙한 풍경이다. 그런데 작가는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놓이리라고 기대되는 자리에 살아 숨 쉬는 돼지 한 마리를 데려다 놓는다. 돼지의 몸에는 ‘죄송합니다. 요리할 시간이 없어서요. 직접 해 드세요!’라고 적힌 식당 주인의 쪽지가 붙어 있다. 주문한 저녁 식사 대신 돼지를 마주한 주민들의 표정에는 당혹감이 가득하다. 결국, 주민들은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돼지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의논하기 시작한다. ‘편리’와 ‘속도’에 길들여진 현대인이 놓치고 있던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블랙 코미디 그림책. 제62회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한 권정민 작가의 신작이다.

■ 사라진 저녁
권정민 지음 | 창비 펴냄 | 44쪽 |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