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세계 1위 홍콩, 이곳 청년들이 한숨만 내쉬는 이유

2021-10-31     안지섭 기자

“이번 생에는 집 사긴 글렀어요. 10평도 안 되는 집이 몇 억씩 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요즘 한국 청년들의 입에서 자주 오르내릴 법한 말이다. 지난 몇 년간 발생했던 한국의 집값 폭등 사태 때문이다. 몇 년 전 세계 10위권이었던 서울 도심의 아파트 가격이 어느새 2위로 뛰었다. 이제 막 사회에 발돋움한 MZ세대들은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 온갖 대출을 끌어모아 부동산 구매에 도전하고, 영끌은커녕 학자금 대출도 못 갚는 신세인 청년들은 한숨만 내쉰다.

집값이 높기로 악명 높은 홍콩, 그곳에 사는 청년들은 어떤 삶을 살까.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홍콩의 평균 주택 가격은 한화 14억에 달한다. 4~6평에 지나지 않는 쪽방 수준의 아파트는 평당 1억을 넘는다. 집을 구하지 못하는 신혼 부부들은 부모와 같이 사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홍콩의 집값이 높아 청년들이 집을 구하기 힘든 배경에는 홍콩의 토지 제도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홍콩의 토지 개념은 다른 국가와 다르다. 홍콩은 전체 토지를 개인이 사유하지 않고, 장기 토지 사용권을 정부가 소유하고 있다가 개인이나 기업에게 양도하는 토지 공개념을 채택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모든 땅을 경매를 통해 민간에게 일정 기간 동안 임대한다.

그런데 민간이 매년 납부하는 토지 사용료가 매우 낮은 수준이어서 토지 사용권만 따낸다면, 부동산 개발은 천문학적 수입을 가져다줄 수 있다. 홍콩 부동산 재벌들의 투기와 막대한 중국 본토의 자본이 유입되면서 부동산 값은 더욱 치솟기 시작했다. 홍콩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못했는데, 이는 홍콩에서 일련의 시위가 발생한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홍콩의 토지와 조세 제도에 대해 전면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홍콩의 토지와 지배계급』의 저자 앨리스 푼은 “홍콩의 뿌리 깊은 갈등은 토지와 조세 제도가 외과 수술 수준의 개혁을 거치지 않는 한 제대로 해결될 수 없다”며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 없이는 토지와 조세 제도 개혁 같은 난제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워보인다”고 설명했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