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한 예언이 불러일으킨 파멸적 비극 『어부들』

2021-10-08     전진호 기자
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나도 한 아들을 둔 아버지가 된 지금은 더욱 자주 그 시절을 되돌아보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우리 인생과 세상이 바뀌어버린 것은 강으로 이런 여행을 떠나던 어느 순간이었음을 알게 된다. 시간이 중요해진 것은 바로 이곳, 우리가 어부가 된 그 강에서였다.<24쪽>

“이케나, 너는 두 손을 들어 공기를 쥐려 하겠지만 그러지 못할 것이다. 이케나, 너는 그날 말을 하려고 입을 열겠지만-미친 사람은 입을 열고, 큰 소리로 아, 아 하며 헐떡이는 소리를 냈다-말이 네 입안에서 얼어붙을 것이다.”<112쪽>

“네가 너 자신에게 이 모든 짓을 하는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야. 네가 네 두 손으로 일구고 가꾼 두려움 말이다, 이켄나. 이켄나, 너는 미친 사람, 쓸모없는 인간의 환시를 믿기로 선택했어. 인간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적절하지 않은 사람을 말이다.”<139쪽>

나는 그때까지 미친 사람에게 벌을 주어야 한다는 형의 생각을 지지하지 않았지만, 그날 아불루를 보자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어머니의 반응, 어머니의 저주, 그리고 아불루를 보고 어머니의 두 뺨에 흘러내리기 시작한 눈물 때문에 마음이 움직였다. 얼얼한 느낌이 내 몸을 훑고 지나갔다.<264쪽>

[정리=전진호 기자]

『어부들』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펴냄 | 383쪽 |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