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생태학적 담론을 한국학의 시선으로 『지구적 전환 2021』

2021-04-21     안지섭 기자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인류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팬데믹은 시작일 뿐이고, 더 이상 자연을 착취해서는 인간이 살아갈 방도가 없다는 반성도 크다. 책 『지구적 전환 2021』(모시는사람들)도 이를 기조로 한다. 하지만 관점은 조금 다르다. 저자들은 한국철학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자연과 공생하는 방법에 대해 힌트를 줄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녹색불교연구소장, 허남진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연구교수, 오하시 겐지 스즈카의료과학대학교 강사 등 이른바 전환 연구가 17명이 ‘지구인문학연구소’라는 이름 아래 머리를 맞댔다. 현재 전 세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생태학적 담론을 한국학의 시각으로 다뤄보자는 취지에서다. 굳이 한국학이라는 맥락을 꺼내든 것은 공존과 생명의 담론이 중요해진 요즘 한국 자생의 사상이 이와 맞닿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논의를 “K-철학, K-인문학으로서 ‘지구한국학’이라고 명명해도 좋다”고 말하다.

책은 ‘지구적 전환’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가치의 전환’ ‘주체의 전환’ ‘사회의 전환’ ‘마을의 전환’ 등 네 개의 부문으로 범주화된 내용을 다룬다. 지구적 위기를 치유할 수 있는 인류학적 사고법으로 샤머니즘과 다자연주의를 제안하고(가치의 전환), 근대화 과정에서 소외됐던 여성과 노인, 동물을 공동체 일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원불교의 철학을 끌어오기도 하며(주체의 전환) 논의를 확대해나간다.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특정 소수가 주도하는 “경제성장과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욕망의 흐름에 대해, 근본적인 혁명으로서의 ‘개벽’의 시선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에필로그를 작성한 박치완 한국외대 철학과 교수는 “지구적 존재로서 인간이 지구적 변화에 동참하는 것은 인간이 지구공동체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 조건”이라며 “그 어떤 생명체도 배제되거나 차별 받거나 탈중심화되지 않고 최고의 선을 구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며 희생을 감수하는 것, 이것이 코로나19가 인류에게 전하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지구적 전환 2021』
고은광순 외 16인 지음 | 모시는사람들 출판 | 400쪽 | 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