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꿈을 찾아 세상에 뛰어든 다국적 열정 모험가의 고백 『나는 파리의 플로리스트』

2021-04-02     안지섭 기자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동일본 대지진. 그날의 기억은 10년이 된 지금도 뇌리에 남아 있다. 첫 직장을 잡고 안정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봄을 기다리던 나도 도쿄 전체의 흔들림으로 타격을 받았다. 그러니까 인생 계획이 흔들릴 만큼 큰 사건이었다.<44쪽>

파리지앵의 솔직함은 자유로움을 대변한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태도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어 더 쿨하다는 인식이 있을지도 모른다. 길을 가다가도 불합리한 상황을 마주하면 거침없이 참견하여 의견을 낸다. 상대가 누가 되었든 정치와 철학, 예술과 문화를 시작으로 주제를 막론하고 본인의 의견과 감정을 전달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것이 내 존재를 각인시키는 방법이고 가장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방법임을 오랜 역사로부터 물려받았을 것이다. 이 감정선 뚜렷하고 남을 의식하지 않는 표현 방식은 ‘눈치 문화’에서 자라온 내게 부러움과 충격을 동시에 안겨주었다.<133쪽>

인생이 참 아이러니하다. 먼바다를 항해하는 배에 올라탄 것처럼. 항해 목표를 다 짜놓고도 예상치 못한 난관에서 우회한다. 그리고 조금 멀리 돌아가는 과정에서 예정에 없던 희로애락을 맛본다. 20대 중반 내가 선택한 길 위에서 30대를 위한 또 다른 선택을 하기까지 계획에 없던 일들로만 채워졌다.<146쪽>

언젠가 나만을 위한 작업을 파리와 한국에서 이어갈 즈음엔 지금보다 더 확고한 스타일을 가지되, 부러지지 않고 유연하게 융합할 수 있는 단단함이 묻어나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가진 단단함을, 흔들리는 길가의 꽃 같은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내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싶다. 그날을 맞이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꽃 시장으로 출근한다.<168쪽>

『나는 파리의 플로리스트』
이정은 지음 | 라이킷 펴냄 | 256쪽 | 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