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세계사와 맞닿은 북쪽의 역사 『절반의 한국사』

2021-03-30     안지섭 기자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남북 분단이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기 때문일까. 북쪽의 역사는 우리의 기억 속에서 점점 희미해져간다. 교과서에서는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 등 여러 나라들이 등장하지만 지금의 일상과 동떨어진 인상을 받기 쉽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고대인들이 갑옷을 입고 전쟁을 하는 모습을 봐도 유별난 감흥을 주기 힘들다.

우리가 북쪽의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들은 “대륙과 이어진 북쪽의 역사가 섬처럼 고립된 남쪽의 역사와는 달리 줄곧 세계사의 거대한 흐름과 연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은 10명의 각 분야 전문 학자들이 북쪽 중심의 한국사에 대해 집필한 결과물이다. 책은 한반도 북부의 지리적 성격을 탐구하고 나아가 한민족 최초의 국가 고조선부터 북한 정권을 세운 사람들까지 한반도 북쪽 지역의 역사를 두루 살핀다.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는 머리말에서 “우리 역사의 절반을 차지했으면서도, 분단 상황 이후 우리에게 잊혔던 북쪽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다시 일어나기를 기대한다”며 “남북의 화해와 협력, 그리고 통일을 준비하는 시대적 과제에 접근하는 작은 사다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적었다.

한반도 북쪽의 역사를 아는 일은 그 지역과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곳은 거대한 세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중화문명과 호전적인 자세로 자신의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변방세력의 각축지대였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했다. 북쪽 사람들이 먼저 대륙의 문물을 받아들이고 대개 진취적인 성격을 가진 배경은 이러한 맥락에서다. 책은 북쪽 지역의 고구려를 비롯한 북쪽 지역의 사람들의 모습을 조명하며 그들의 기상과 용맹스러운 장면들을 보여준다.

남한에 비해 상대적으로 험준한 지역에 살고 있는 북쪽 사람들의 애환도 함께 담아냈다. 홍경래의 난을 통해 정치적으로 차별받았던 평안도민의 응전, 왜란과 호란 그리고 한국전쟁을 북쪽 사람들은 어떻게 견뎌냈는지 살펴본다.

『절반의 한국사』
여호규 외 9인 지음 | 위즈덤하우스 펴냄 | 256쪽 | 16,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