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드라마가 아닌 현실 검사로 살아가기 『여자 사람 검사』

2021-03-25     안지섭 기자
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자. 규칙을 지키는 이성적인 사람들이 있는 곳에 머무르자.’
내가 내린 결론은 그거였다. 물론 좋은 대학에 간다고 해서 다 착한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제일 마주치기 싫은 ‘양아치’, ‘건달’, ‘일진’들과 부대끼고 지낼 일은 없을 것이다. 그들의 능력으로는 쫓아올 수 없는 곳이니까. 그래서 난 이 악물고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했다.<22쪽>

검시는 사람이 어떻게 죽었는지 파헤치는 과정이다. 하지만 수많은 영안실을 드나들며 내가 깨달은 건, 정작 어떻게 죽었는지보다는 어떻게 살았는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74~75쪽>

“엄마, 오늘 나 숙제 안 해갔더라고.”
“그랬어? 어제 한결이가 잘 챙겼어야지.”
“엄마가 챙겼어야지.”
“왜 엄마가 챙겨야 해? 한결이 숙제잖아.”
“엄마는 검사하는 사람이라며. 내 숙제 검사했어야지.”
그렇다. 아이들이 알고 있는 단어 수준에서의 검사는 숙제 ‘검사’ 정도에 그친다.<79쪽>

윤호는 엄지손가락에 인주를 묻혀 날인과 간인을 하면서 쑥스럽게 웃었다. 이런 거 처음 해본다고. 신기하다고. 난 속으로 대답했다. ‘나도 처음 해봐. 완전 신기해.’<96쪽>

『여자 사람 검사』
서아람 외 2명 지음 | 라곰 펴냄 | 396쪽 | 15,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