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유령 이야기와 모더니즘의 결합 『기이한 이야기』

2021-03-01     안지섭 기자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오스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고 했다. 해리엇은 그다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이 감정은 분명 사랑이었다. 지금껏 그녀가 경험해본 적 없고 늘 꿈꿔왔던, 그토록 굶주리고 목말라 하던 사랑. 그런데도 그녀는 만족스럽지 않았다.<19쪽>

내가 아는 완벽하게 사랑스러운 여인은 단 한 명, 내 형제의 아내였던 시슬리 던바다. 시누이와 올케가 꼭 서로를 좋아하는 사이인 것은 아니며 시슬 리가 보기에 나의 가장 훌륭한 점은 도널드의 누이라는 사실이겠으나 내게는 그녀의 주변 조건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시슬리는 존재만으로 완벽했으니까.<53쪽>

재혼에 관하여 마스턴과 로저먼드는 이미 신혼여행 때 이야기를 해둔 듯하다. 로저먼드는 만일 자신이 먼저 죽게 되면 남편이 외롭게 남겨져 비참하게 살아가게 될 텐데 그런 건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고 했다. 차라리 남편이 재혼하는 편이 나았다. 단, 그의 재혼 상대가 괜찮은 여자여야 했다. 마스턴이 물었다. "괜찮은 여자가 아니면?" 그녀는 그러면 이야기가 달라질 거라고 했다. 그건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202쪽>

훌리어 부인은 여전히 응접실 난롯가 의자에서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다가가자 그녀가 고개를 들어 입맞춤을 기대하듯 볼을 내밀었다. 어린아이처럼, 또는 남편을 기다리는 젊은 아내처럼. 부인은 손을 뻗어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는 과거에 자신이 어머니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저는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저한테는 어머니뿐이에요." 그런데 어느새 그는 어머니가 죽을 날만 계산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듯했다.<235-236쪽>

『기이한 이야기』
메이 싱클레어 지음 | 송예슬 옮김 | 장 드 보쉐르 그림 | 만복당 펴냄 | 344쪽 |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