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맷 러프의 차별을 잡아먹는 코스믹 호러 『러브크래프트 컨트리』

2021-02-17     전진호 기자

[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네 어머니처럼 너도 과거를 용서하고 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 안다. 너는 그럴 수 없어. 그러지 못해. 과거는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거야. 너는 과거를 소유하고 과거를 빚졌지. 최근 내가 네 어머니 쪽…… 조상에 관해 무언가를 알아냈다. 너한테는 신성하고 비밀스러운 유산이, 너는 몰랐지만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권리가 있어.”<32쪽>

보안관이 또 다른 질문을 했어. ‘‘일몰 마을’이 뭔지 알아?’ 빅터는 그렇다고 대답했어. 그 개념에 익숙했거든. 보안관은 말했어. ‘그래, 당신은 데번에 있고, 여기는 일몰 자치구야. 어두워진 뒤에 여기서 내가 당신을 잡았다면 나는 맹세한 의무에 따라 당신을 이 나무 중 하나에 목매달아야 했을 거라고.’ 그래서 빅터는-너무 무서워서 침착해졌다는데, 너도 그 기분을 알지?-, 빅터는 하늘을 올려다봤는데 나무 위쪽으로 해는 안 보였지만, 여전히 밝아서 이렇게 말했어. ‘아직 일몰 전인데요.’ 그 말이 자기 입에서 나오는데 얼마나 건방지게 들리던지 말을 마치고 거의 기절하기 직전이었다고 하더라…….<38쪽>

백인은 경험상 훨씬 더 투명했다. 혐오감이 큰 사람들은 적대감을 숨기려고 노력하는 법이 거의 없으며, 어떤 이유가 있어 자기감정을 숨기려고 할 때도 대개는 다섯 살짜리 아이 수준으로,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과 세상이 자기를 보는 모습이 다르다고는 상상도 못 한 채 얄팍한 속셈을 드러냈다.<49~50쪽>

당신을 침묵하게 만들기 위한 거야, 히폴리타는 아이다 말이 들렸고 생각했다. 아, 아이다, 저럴 필요는 없었어요. 저는 아무한테도 말 안 했을 거예요. 그러면서도 정말로 이해가 갔다. 어머니가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뿐 아니라 오랜 갈망에 교란당한 마음이 얼마나 충동적으로 행동하기 쉬운지를.<271쪽>

『러브크래프트 컨트리』
맷 러프 지음 | 소슬기 옮김 | 은행나무 펴냄 | 480쪽 |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