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배우 이광기가 12년 전 잃은 아들에게 쓰는 편지 『내가 흘린 눈물은 꽃이 되었다』

2021-01-29     서믿음 기자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2019년 11월 6일, 배우 이광기는 필리핀에서 살다 귀국한 아들 석규를 들쳐 안고 병원으로 내달렸다. 병원에선 급성폐렴 같다고 했다. “병원에서 나가면 장난감 사줄거지?”라며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이던 아이는 이틀 뒤 숨을 거뒀다. “감기인 줄 알았는데, 전날까지 멀쩡하던 아이였는데... 갑작스럽게, 불과 하루 만에 석규가 우리 곁을 떠났다.”

소중한 아들의 죽음 자체로도 충분히 슬픈 일이지만, 누군가가 가볍게 던진 말은 가족에게 더 큰 상처로 다가왔다. “여보 어떡해. 내 친구가 석규 꿈을 꿨대. 옷도 춥게 입고 맨발로 울면서 서 서 있더래. (중략) 내 새끼 안아줘야 해. 맨발이래. 맨발... 어떡해. 내가 따라갈래. 죽어버리면 돼. 아들한테 갈 거야.” 아내는 “반실신 상태로 내게 매달려 통곡했다.”

이광기가 무너진 건 아들의 주민등록등본을 말소하러 간 주민센터에서다. “한 달 안에 사망 신고를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벌금을 내고서라도 안 하고 싶었다”고 밝힌 그는 “사망 신고를 하기 직전, ‘이석규’라고 이름이 있는 주민등록등본을 15통을 뗐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석규가 우리 곁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 같았기에...”

그리고 얼마 뒤에 아들의 보험금이 나왔다. “차마 쓸 수 없는 돈”이었기에 고민하다 선배 탤런트인 정애리의 조언으로 기부를 하게 됐고, 그렇게 NGO 단체 월드비전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지진으로 초토화된 아이티에 방문해 부모 잃은 아이들을 품에 안으면서 치유와 회복을 경험하게 됐다. “분명히 이 아이는 내 자식도 아닌데, 그냥 아이가 내 품에 안긴 게 꼭 석규를 안고 있는 것 같”아서다. 이를 계기로 이광기는 얼마 뒤 월드비전의 홍보대사를 맡게 되고, 아이티에 학교를 세우는 등 본격적인 자선활동에 뛰어들게 된다. 그 자세한 일화가 책에 담겼다.

『내가 흘린 눈물은 꽃이 되었다』
이광기 지음 | 다연 펴냄 | 236쪽 | 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