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들국화 고갯길』

2021-01-27     서믿음 기자

털 빛깔이 푸수수한 늙은 할머니 소가 비료 부대를 실은 수레를 멘 채 옆집 꼬마 황소를 기다리고 있다. 가을바람에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노랗게 물든 미루나무 잎을 바라보던 참에 꼬마 황소가 다가온다. 꼬마 황소의 리어카엔 농기구와 잡동사니 그리고 시멘트로 만든 굴뚝 세 개가 대포처럼 얹혀있다. “할머니, 이것 꼭 탱크 같죠? 나 지금이라도 이마에 태극기 붙여 주면 싸움터에 나가겠어요”라는 꼬마 황소에게 할머니 소는 순하디순한 눈동자를 사랑스럽게 굴렸고, “그 눈동자에 푸른 가을 하늘이 기우뚱 한 번 헤엄”쳤다. 1978년 『창작과 비평』에 실렸던 권정생의 단편 동화다.

■ 들국화 고갯길
권정생 지음 | 이지연 그림 | 창비 펴냄│44쪽│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