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아날로그 무규칙 이종 지식교양잡지 『매거진 G 1호: 나란 무엇인가?』

2020-12-18     전진호 기자

[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우리는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다양한 내가 있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를 때도 있다. 오늘의 나는 싫지만, 내일의 나는 좋을 수도 있다. 자신에 대한 강한 확신이 들다가도 문득 내가 나를 잘 모르게 느껴질 때도 있다. 이렇게 갈팡질팡하고 우유부단한 자신이 밉다가도 좋아지는 것이 바로 ‘나’란 존재다.<10쪽, 작가 전승환>

내가 누구인지는 결국 수많은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 의해 규정된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소개할 때 우리는 모든 관계에서 독립된 ‘나’ 자체가 아닌, 내가 속한 관계를 얘기할 때가 많다. 내가 맺은 수많은 관계를 제외하고 나를 설명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그렇게 설명된 나는 내가 아니다.<16쪽, 물리학자 김범준>

미생물로 가득 찬 환경에서 ‘생물학적 나’로 살아남기 위해 염두에 두어야 할 핵심 요인은 ‘다양성’과 ‘항상성’이라 할 수 있다.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은 개체나 생태계는 새로운 환경을 만났을 때 쉽게 무너진다. 이것은 항상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105쪽, 미생물학자 류충민>

붓다에 의하면 우리는 고정불변한 본질을 지니고 있지 않고 다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몸과 네 가지 의식 상태가 모여 있는 묶음으로 80년 정도 존재할 뿐이다. 이런 무상한 것들의 집합체가 길동이의 주관적 관점에서는 ‘나’이고 제3자의 관점에서는 ‘길동이’라는 인간이다. 그게 전부다. 영원불변불멸의 굉장한 영혼이나 자아 같은 것은 우리의 희망사항으로 상상 속에만 존재한다. 그러니 고정불변한 본성을 가졌다는 ‘나’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실은 그런 집착에 얽매여 스스로를 구속해서는 안 된다.<187쪽, 철학자 홍창성>

『매거진 G 1호: 나란 무엇인가?』
김대식 외 지음│김영사 펴냄│324쪽│1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