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업무 메일 고급스럽게 쓰는 법 『짧은 글을 씁니다』

2020-10-29     김승일 기자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요즘에는 업무 메일에 웃음 표정(^^) 이모티콘을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메일로는 서로의 표정을 살필 수 없으니 이모티콘이라도 덧붙여서 기분을 나타내고 싶은 것이다. 웃음 표정이 없을 때보다 있을 때 더 인간미가 느껴지고 업무 메일이 더 가깝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러한 이모티콘을 쓰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때에 따라서 웃음 표정이 무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라포(공감) 토크’를 활용하면 좋다. 일본의 사회언어학자 아즈마 쇼지가 고안한 개념인데, 자신의 감정이나 마음의 움직임을 전해 공감을 끌어내는 말이다.  

가령 A에게 내일 아침 9시에 호텔 로비에서 만나자는 이메일을 보내야 하는 상황. A가 오늘 아침에 ‘호텔 베개가 너무 낮아서 불편했다’고 했던 말을 떠올리고 이렇게 적어보자. “내일 9시에 로비에서 뵙겠습니다. 오늘은 베개가 아늑하다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여기서 ‘오늘은 베개가 아늑하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안녕히 주무세요’가 바로 라포 토크다. 웃음 이모티콘이 없는데도 애정이 느껴진다. 메일을 하나 더 보자.

“내일 런던 미팅 잘 부탁드립니다. 자료30부는 제가 준비해뒀습니다. 무슨 일 있으면 이 메일 주소로 연락 주십시오. 참고로 여기 런던의 최고기온은 10도입니다. 조심히 오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라포 토크는 ‘참고로 여기 런던의 최고기온은 10도입니다. 조심히 오시기 바랍니다’이다. 웃음 이모티콘을 사용했을 때보다 글에서 더 따듯한 감정이 느껴진다. 게다가 고급스럽기까지 하지 않은가. 

『짧은 글을 씁니다』
히키타 요시아키 지음│백운숙 옮김│가나출판사 펴냄│240쪽│14,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