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어휘력을 기르는 일=자기 마음을 아는 일 『어른의 어휘력』

2020-10-01     김승일 기자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두 가지 말을 비교해보자. “고속도로에서 돈 받는 데 있잖아. 근데 사람이 없는 거야. 차에다 뭐 달면 거기서 요금 빼간다던데 그걸 안 달아가지고 못 내고 지나버렸어.” 그리고 “톨게이트에서 하이패스 전용차로로 들어서는 바람에 통행료를 정산하지 못하고 통과해버렸어. 내 차에 하이패스 단말기가 없거든.”

두 번째 말이 첫 번째보다 간명하다는 것 외에도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더 알 수 있다. 두 번째 말을 한 사람은 자기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반면, 첫 번째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것.

『어른의 어휘력』의 저자 유선경은 어휘력이 곧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생각이 많고 깊어도 그것을 표현할 어휘력이 없다면 그 생각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휘력이 없는 사람은 자신(自身)의 생각에 자신이 없게 된다. 

그저 뜻이 통하면 되지 어휘력을 기를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단어를) 찾아 헤매는 동안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점점 명확해진다. 마치 생각만 어휘를 찾아가는 게 아니라 어휘도 생각을 찾아와 중간 어디쯤에서 극적으로 만나 부둥켜안는 것 같다. 분명 내 자아에 줄 수 있는 선물이 있다.” 

어휘력은 중요하다. 특히 언론기사나 논문, 논술이나 프레젠테이션, 자기소개서 등 정보나 지식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글은 응당 어휘력 있는 글이어야 한다. 그러나 어휘력의 효용은 그것 외에도 더 있다. 어휘력을 기르는 일은 곧 자신을 아는 일,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일이다. 

『어른의 어휘력』
유선경 지음│앤의서재 펴냄│344쪽│16,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