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바느질하는 새가 있다고? 『새는 건축가다』

2020-08-24     김승일 기자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바늘과 실을 이용하는 재봉술로 둥우리를 짓는 새가 있다면 믿겠는가? ‘재봉새’라는 새는 나무숲 사이에서 신선한 청록색 잎사귀를 골라 발을 사용해 잎 가장자리를 둥글게 만다. 그리고 구부러진 뾰족한 부리를 바늘 삼아 잎 가장자리에 구멍을 뚫은 후 구해온 식물섬유와 거미줄을 구멍 사이로 통과시키고 실 끝부분을 공 모양으로 처리한다. 이렇게 구멍 하나하나마다 심혈을 기울여 잎을 주머니 모양으로 꿰매고, 그 안에 가느다란 풀과 솜털을 채워 넣는다. 

물 위에 바로 둥우리를 짓는 새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물꿩과 논병아리, 소형 늪제비갈매기다. 이들의 둥우리는 아주 얇아서 수면 아래로 잠기기도 하지만 곧 떠오른다. 뿔물닭과 물닭은 물밑 바닥부터 쌓은 썩은 수초와 화석화된 나무(매목)를 기반으로 둥우리를 짓는다. 물 가운데 있는 둥우리가 물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둥우리 밑에는 따로 구조물이 있는 것이다. 

어떤 새는 무덤 같은 둥우리를 짓는다. ‘무덤새’다. 땅에 구멍을 파고 구멍이 어느 정도 커지면 구덩이 안에 마른 나뭇가지와 낙엽을 쌓는다. 비를 맞고 햇빛을 받은 나뭇가지와 낙엽에서 부식과 발효가 일어나고, 발효열이 32.7도에 이르면 암컷이 구덩이에 알을 낳는다. 그곳을 모래흙으로 무덤처럼 덮은 수컷은 둥우리의 온도를 체크하며 모레를 덜거나 더하며 알이 부화되도록 돕는다.  

십여년 간 새들을 관찰하며 새들의 지혜와 자연의 경이로움을 공유해온 차이진원의 책이다. 그는 이 책에 다양한 새들의 건축가적인 면모를 모아 글과 그림으로 설명한다. 사진이 아닌 그림이 더욱 이해를 도울 때가 있는데 이 책에 그려진 그림들이 그러하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차이진원이 그린 새들이 정겹게 다가와 말을 거는 듯하다.   

『새는 건축가다』
차이진원 지음│박소정 옮김│현대지성 펴냄│188쪽│17,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