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휴머니스트 판사의 세상 돋보기 『혼밥 판사』

2020-08-23     송석주 기자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이 책에는 제목 그대로 한 판사가 ‘혼밥’을 하며 사건과 사람, 세상에 대해 떠올린 단상들이 담겼다. 저자에게 식사 시간은 지친 일상을 달래는 회복의 순간이다. 언제나 상처로 시작해서 상처로 끝나는 재판 과정을 겪을 때마다 저자는 맛있는 음식을 찾아 혼자 밥을 먹었다.

저자는 “재판 과정에서 당사자의 상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판사도 상처를 입는다.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관이 화상을 입지 않을 수 없는 것과 같다”며 “그래서 재판을 하고 나면 뚜렷한 이유 없이 울적해질 때가 있다”고 말한다.

이어 “그럴 때 나는 먹는다. 되도록 혼자 먹는다. 많은 사람을 감옥에 보내거나 이혼을 시킨 날 저녁에는 남들 앞에서 편하게 웃으며 앉아 있을 힘도 없고 그럴 기분도 아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재판을 마친 날에는 혼자 골목을 걸으면서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곤 했다”고 말한다.

계란말이와 김치찌개, 부추전, 물곰탕을 법정에 내놓고 판사, 검사, 변호사, 피고인이 각자의 자리에서 아무런 말없이 밥을 먹었으면 좋겠다는 저자. “혼자이면서도 혼자가 아니었던 한끼 한끼의 기록”이 담긴 혼밥 판사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자.

『혼밥 판사』
정재민 지음│창비 펴냄│236쪽│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