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서울의 숨은 매력을 스케치하다 『서울을 걷다』
[포토인북] 서울의 숨은 매력을 스케치하다 『서울을 걷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8.16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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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서울의 법정동은 현재 467개. 그 안에 수많은 사람들이 부대끼며 삶을 이어가고 있지만, 사실 자신이 주로 오가는 몇몇 동네 외에는 다른 동네를 살펴볼 기회가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색다른 경험을 제시한다. 도시여행자인 저자는 본인이 매력적으로 느낀, 자신이 머물렀던 20여개 동을 직접 찾아 볼펜, 딥펜, 피그먼트펜, 나무젓가락에 잉크를 묻혀 그림으로 옮겨 담았다.

[사진=도서출판 재승출판]
[사진=도서출판 재승출판]

혜화역 1번 출구로 나와 마을버스 8번을 타고 명륜동의 가장 높은 곳으로 간다. 종점에 가까울수록 경사는 급하게 가팔라진다. 한 대가 올라오면 한 대가 내려가는 시스템이다. 이곳에서 구불거리는 계단을 오르면 한양 도성으로 갈 수 있다. 계단은 경사가 급하지만 질릴 정도는 아니다. 이곳의 전망은 서울 시내 어느 곳 부럽지 않다. 이 멋진 전경은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과 오르막길을 힘들게 올라야 할 다리품에 대한 보상이다. <33~34쪽> 

[사진=도서출판 재승출판]

제1공화국 국무총리와 부통령, 제2공화국 국무총리를 지낸 장면이 동성상업학교 교장으로 재직할 무렵인 1937년에 지은 집으로, 등록문화재 제357호다. 장면은 1966년에 서거할 때까지 이곳에서 30년간 살았다. 한국과 일본, 서양의 주거 양식을 혼합했으며, 장면의 처남인 건축가 김정희가 설계했다. 종로구에서 인수해 2013년 4월 19일 장면기념관으로 개방했다. 장면가옥은 안채와 사랑채, 경호원실, 수행원실 등 4동의 건물로 이뤄졌다. <44쪽> 

[사진=도서출판 재승출판]

지하철 2호선 성수역은 마치 수제화박물관처럼 꾸며졌다. 국내 수제화 제조업체의 약 70퍼센트가 모여 있는 성수동은 영등포, 구로와 함께 서울의 대표적 준공업 지역이다. 낡은 공장과 창고를 개조한 카페, 전시장, 쇼륨, 스튜디오 등이 몇 년 전부터 자리를 잡기 시작해 젊은 '힙스터'들에게 성지와 같은 곳이 됐다. 한국의 브루클린이라 불리며 가장 '힙'한 동네로 떠오르는 성수동의 변화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뚝섬경마장이 과천으로 옮겨가고, 2005년에 조성된 서울숲은 공장과 카페라는 비교체험 극과 극 콘셉트인 성수동의 또 다른 모습이다. <82~83쪽> 

[사진=도서출판 재승출판]

용산 전자상가는 전자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의 시책으로 1983년 청과물시장이 가락동으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만들어졌다. 한 해 매출 십조원에 달할 정도로 잘나가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 사람들은 컴퓨터와 게임팩을 사기 위해 굳이 용산을 찾지 않는다, 용산은 그들이 고를 수 있는 수많은 선택지 중의 하나일 뿐이다. 용산의 악덕 상인을 지칭하는 '용팔이'의 악명이 가장 높았던 터미널상가는 2014년에 모두 철거되고 그 자리에 호텔이 들어섰다. 4개의 호텔 체인이 1,700개의 객실을 갖춘 호텔플렉스인 서울드래곤시티는 용산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거대한 용이 꿈틀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호텔 아래로 전자상가는 언제 꺼질지 모르는 촛불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139쪽>


『서울을 걷다』
정연석 지음 | 재승출판 펴냄│224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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