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픔을 위로하는 유일한 것은 아픔" 『죽을 각오로 살아 보라는 너에게』
[리뷰] "아픔을 위로하는 유일한 것은 아픔" 『죽을 각오로 살아 보라는 너에게』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8.14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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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올해 서른 셋인 저자는 자신이 "아주 오래 전부터 불행했다"고 말한다. "아빠와 엄마는 고작 5살이던 우리(쌍둥이 남매) 앞에서 서로를 때리고, 욕하고, 할퀴"었고 저자가 초등학생 때 "백수를 자처한 아빠는 가족들이 돈 못 버는 자신을 무시한다 여겼고, 그 자격지심을 폭력을 행사해 굴복시키는 것으로 해소"했다. 고등학교 첫 등교날에도 아빠는 새 교복을 입은 딸에게 김치찌개가 담긴 냄비를 내던졌다. 아침밥을 차리는 표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화장실 문이 열리더니 아빠가 속옷도 입지 않은 나체의 몸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이년 이거 교복 다 찢어 버려야 돼! 너 같은 건 학교 갈 필요가 없어!" 엄마의 보호가 있었다면 사정은 좀 더 나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서러웠고, 동시에 그런 엄마를 죽도록 미워하고 원망했다." 

가족이 아닌 다른 누군가도 저자에겐 가해자였다. 사랑인줄 알고 만난 그 남자에겐 이미 4년간 만난 여자친구가 있었다.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으니 그 여자만 정리해주면 좋겠다"고 했으나 결국 그 남자는 떠나갔고, 저자는 또 그렇게 혼자가 됐다. "혼자가 된 내 모습은 볼품없었다." 

상처만 가득한 세상을 향한 증오 때문이었을까. 저자는 자주 죽음을, 동반자살을 생각했다. 동반자살의 이유는 '확실하게' 죽고 싶기 때문. "서툰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했다가, 불구가 돼 다시 깨어나거나 식물인간이 되는 경우가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 "확실한 자살 방법을 구체적으로 계획할 수 있게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고, 행여나 죽음의 순간에 공포심이 생겨 포기하지 않도록, 곁에서 마음을 다잡아 주며 반드시 자살을 추진시켜 줄 또 다른 누군가가 필요했다." 

저자의 책에 큰 반전은 없다. 불행 끝에 행복이 찾아왔다거나, 자살충동이 없어졌다는 등의 내용도 없다. 그의 불행은 현재 진행형으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저자의 고백이 책으로 출간됐다는 사실 자체는 희망적이고, 또 그의 고백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있다. 저자의 말처럼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몰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 세상 어딘가에 나와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이가 또 존재한다는 '유대의 감정'"이니까. 


『죽을 각오로 살아 보라는 너에게』
이다안 지음 | 파람북 펴냄│240쪽│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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