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속 영웅들, 유재석·카카오·공무원·일반시민까지…
수해 속 영웅들, 유재석·카카오·공무원·일반시민까지…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8.17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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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된 전남 곡성군 곡성읍  [사진=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유례없는 큰비가 지나간 곳에는 흉터가 남았다. 그런데 그동안 상처를 아물게 하기 위해 묵묵히 노력한 이들이 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이들이다.  

섬진강 범람으로 큰 수해를 입은 전남 곡성군에는 영웅이 등장했다. 곡성읍 대평2구 금예마을 이장 김재덕씨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8일 강의 범람을 감지한 김씨는 마을 방송을 통해 신속히 대피할 것을 알리고 본인의 차량으로 주민들을 실어 날랐다. 3회에 걸친 피신이 끝났을 때 그는 마을 노인 두명이 아직 물이 차오르는 집에 갇혀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친구 김희준씨와 물이 가득 찬 마을로 들어가 노인들을 구하고, 인근 마을 주민 13명을 더 구해낸다. 그가 구한 생명은 총 23명이다.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경찰관과 소방관의 미담도 이어진다. 의정부경찰서 신곡지구대 소속 고진형 경장은 지난 5일 아이가 없어졌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주변을 수색하던 중 ‘어떤 아이가 물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신고를 추가로 접수하고 중랑천으로 이동한다. 현장에 도착한 고진형 경장은 중랑천 중간 지점에서 허우적대는 아이를 발견하고 망설임 없이 빠르게 흐르는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 구해낸다.  

고진형 경장(좌)과 함께 출동했던 홍준일 경위(우) [사진= 연합뉴스]

전북 남원소방서 금지119안전센터 소속 김대근 센터장은 지난 10일 섬진강 제방 인근을 순찰하던 중 제방 소실을 목격하고 마을 주민 40여명을 대피시킨다. 그리고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급류에 휩쓸린 주민 두명을 150m가량 수영해 구조해낸다.  

구조된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지난 4일 폭우로 주택과 창고가 무너져 폐허가 된 경기도 이천시 율면의 한 마을에서는 강아지 네 마리가 전영숙씨를 포함한 주민들에 의해 두 번째 생을 맞이했다. 어미 개가 울고 있는 자리를 파헤쳤더니 흙투성이가 된 강아지들이 아직 숨이 붙어 있었다. 건물 잔해에 쌓여 8일 동안 땅속에 갇혀 있던 강아지들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어미의 젖을 물었다.   

어느 사회에나 혼란을 틈타 이득을 취하려는 이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많다. 지난 10일에는 대전 중구청 수해 폐기물 수거팀(구청 직원과 환경미화원 등 20명)이 중구 사정동에서 물에 젖은 가구 등을 수거하던 중 가구 안에 들어있던 주머니를 발견하고 주인에게 돌려줬다. 그 주머니에는 가족의 추억이 담긴 귀중품(200만원 상당)이 담겨있었다. 수거팀 강준씨는 “수해로 어려움을 당한데다 귀중품까지 잃어버렸다면 마음이 더욱 아팠을 것인데 이를 찾아줘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기부행렬도 이어졌다. 가수 아이유와 수지, 배우 박신혜, 박서준, 그리고 방송인 유재석은 각각 1억원을 쾌척했다. 배우 신민아와 김우빈, 송중기, 유인나는 각각 5,000만원을 기부했다. 이 외에도 방송인 박지윤과 홍현희-제이쓴(연제승) 부부, 배우 김서형, 가수 진영(그룹 ‘갓세븐’ 멤버)은 2,000만원씩을, 배우 이혜영과 윤세아, 방송인 유병재와 이승윤은 각각 1,000만원을 수재민을 위해 전달했다.    

기업들도 힘을 보탰다. 일부 기업은 전국재해구호협회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금을 보내는 방식으로 지원했다. 카카오는 20억원을, 네이버는 15억원을 기탁했으며 넷마블과 GS그룹, 한화그룹, 한국전력은 10억원씩 기탁했다. CJ그룹과 LS그룹, 현대백화점그룹, 신세계그룹은 각각 5억원을, 한국도로공사와 호반건설은 2억원씩 선뜻 내놓았다.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수해 복구를 돕는 기업들도 있었다. 가령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이재민들에게 즉석밥, 컵라면, 즉석 덮밥, 생수 등 2,000만원 상당의 자사 PB상품을 지원했으며 수해 복구 자원봉사자들에게는 치약, 칫솔, 수건 200여 세트를 마련해 전달했다.       

미치 앨봄의 신작 소설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는 주인공 애니가 사후세계에서 만난 다섯 사람을 통해 무언가를 깨닫는 과정을 담는다. 애니는 생전 그와 어떤 식으로든 연관된 다섯 사람을 통해 자신이 여태껏 자기도 모르게 큰 사랑을 받아왔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사랑을 나눠줬으며, 다른 삶에 깊숙이 끼어들어 그 삶의 궤적을 영원히 변화시키기도 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크게 위로받는다. 그리고 삶에서 단 하나 중요한 것은 따듯한 마음과 남몰래 스치는 선의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소설은 말한다. “남을 위한 일은 절대로 헛되지 않아.” 이들의 따듯한 마음과 선의 역시 결코 헛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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