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평범한 물건에 담긴 역사의 순간 『컬렉터, 역사를 수집하다』
[포토인북] 평범한 물건에 담긴 역사의 순간 『컬렉터, 역사를 수집하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8.12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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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흔히 '컬렉터'라고 하면 오래된 유물이나 값비싼 예술품을 수집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오래된 사진 한 장부터 영수증, 일기, 편지 등 소소한 생활 자료를 수집하는 사람도 컬렉터에 속한다. 저자는 지난 30여 년간 역사의 흔적이 어린 자료를 수집한 컬렉터. 역사적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열네 가지 수집품을 소개하며, 거대 역사에 가려졌던 보통 사람의 역사를 생생히 복원한다. 

건립 직후 독립문 모습을 담은 스테레오뷰 사진. 사진 속 땔감을 실어 나르는 모습처럼 당시 사람들은 이 문을 빈번히 지나다녔다. [사진=도서출판 휴머니스트] 
건립 직후 독립문 모습을 담은 스테레오뷰 사진. 사진 속 땔감을 실어 나르는 모습처럼 당시 사람들은 이 문을 빈번히 지나다녔다. [사진=도서출판 휴머니스트] 

독립문이 쇠락하자 일제는 1928년 거금 4,100원을 들여 대대적으로 수리했으며, 1936년에는 독립문을 고적 제58호로 지정하기까지 했다. 독립문이 일본으로부터의 독립 열망을 담은 기념물이었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략) 일제 당국이 독립문을 보호한 이유는 그것이 일본이 아닌 청으로부터의 독립을 기념하는 것이고, 일본은 청일전쟁을 통해 청으로부터의 독립을 도와줬으므로 오히려 이 문은 조선인들에게 일본의 은혜를 과시할 수 있는 상징물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시각에서 다소 이해하기 힘들지만 청으로부터의 독립 과정에서 일본이 도움을 줬으므로 고마운 나라라는 인식은 독립문이 건립될 당시에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이후에도 상당 기간 이어진다. <27쪽> 

영국 화보잡지 '그래픽' 1909년 2월 20일자에 실린 그림. [사진=도서출판 휴머니스트] 
영국 화보잡지 '그래픽' 1909년 2월 20일자에 실린 그림. [사진=도서출판 휴머니스트] 

이 차는 30마력의 증기차이다. 대로변을 지나다가 이 차를 처음 본 한국인들은 혼비백산해서 사방으로 흩어졌고, 심지어 들고 있던 짐도 내팽개친 채 숨어버렸다. 어떤 사람들은 이 새로운 괴물로부터 자신을 지켜달라고 간절히 기도하기도 했다. 짐을 싣고 가던 소와 말도 주인들만큼이나 놀라 주위의 상점이나 가정집으로 뛰어들었다. <78쪽> 

1920년 인천의 한 동네에서 위생경착과 한 조를 이룬 의사들이 주민들을 모아놓고 콜레라 예방 접종을 하고 있다. [사진=도서출판 휴머니스트] 
1920년 인천의 한 동네에서 위생경착과 한 조를 이룬 의사들이 주민들을 모아놓고 콜레라 예방 접종을 하고 있다. [사진=도서출판 휴머니스트] 

"바가지 긁다"라는 표현이다. 이 말도 호열자와 관련이 있다. 호열자에 걸리면 고양이 그림을 대문에 붙이는 것 말고도 부적을 붙이거나 동네 어귀에 가시가 많은 아카시아 나무를 세워놓는 등 호열자를 쫓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했다. '바가지를 긁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 호열자를 쥐통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당시 사람들은 시끄러운 소리로 쥐를 쫓을 수 있듯이, 바가지를 드득드득 시끄럽게 긁으면 쥐통을 떨쳐낼 수 있다고 믿었다. 비록 원시적이긴 하지만 나름 창의적인 발상이었다. 시끄럽게 바가지를 긁어대는 소리는 쥐도 싫어했겠지만,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162쪽> 

 

차영근은 손바닥만 한 작은 전시수첩에 매일의 사건과 단상을 기록했다. 짧은 글 속에 한국전쟁의 참상이 담겨있다. [사진=도서출판 휴머니스트]
차영근은 손바닥만 한 작은 전시수첩에 매일의 사건과 단상을 기록했다. 짧은 글 속에 한국전쟁의 참상이 담겨있다. [사진=도서출판 휴머니스트]

8월 25일 토 맑음 
924고지로부터 751고지로 전진. 계속 전투가 치열함. 중대장 부상당함. 
8월 28일 화 비 
비는 계속해 내린다. 11사단 20연대는 884고지를 점령했다. 오늘도 포탄은 계속 떨어진다. 호가 무너져서 2명 부상을 당했다. 중대장이 없어 다른 날보다 더 바쁘다. 
8월 29일 수 흐림 
오늘도 적은 끊임없이 포를 쏟아 포진지에 두 방이 떨어져 2명이나 전상당했다. 전투는 계속된다. 6중대 공격했으나 성공치 못했다. <182쪽> 

『컬렉터, 역사를 수집하다』
박건호 지음 | 휴머니스트 펴냄│292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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