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의 가치는 음식에만 있는 게 아니다?
‘비건’의 가치는 음식에만 있는 게 아니다?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8.12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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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책 『트렌드 코리아 2020』의 저자 김난도는 ‘업글인간’에 대해 “성공보다 성장을 추구하는 새로운 자기계발형 인간”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들은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라 어제보다 나아진 자신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는다”며 “자신을 중요시하는 ‘미코노미’(me-conomy)의 소비자로서 일상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원하는 소확행의 신봉자들”이라고 설명한다.

앞선 언급처럼 업글인간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소비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소비를 한다는 말은 자신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와 태도에 맞는 소비를 한다는 뜻과 상통한다. 소신 소비(meaning out), 가치 소비(value based consumption)라는 용어들이 업글인간의 소비 행태와 맥이 닿아있다.

친(親)환경 시대를 넘어 필(必)환경 시대로 나아가는 요즘, 특히 동물들과의 연대와 교감, 소통이 중요해지면서 비건(vegan : 채식주의자) 역시 업글인간의 한 종류로 각광받고 있다.

비건은 채소, 과일, 해초 등 식물성 음식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를 말한다. 비건은 먹는 음식에 따라 프루테리언(fruitarian : 극단적 채식주의자로 과일과 곡식만 섭취)에서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 : 채식을 하지만 아주 가끔 육식을 겸하는 채식주의자)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실제로 비건 중에서는 계란, 우유, 생선은 부분적으로 섭취하는 페스코 베지테리언(pesco-vegetarian)이 가장 많다.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이 점차적으로 늘어나면서 식품의 영역뿐만 아니라 화장품과 패션 등 비건 소비시장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비건 시장에 뛰어든 오뚜기(식품), 물들임(화장품), 오르바이스텔라(패션) 등의 기업들은 ‘동물친화적 가치소비’ 등을 내세워 비건들의 일상을 윤택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비건 시장이 확장하고 있는 현상은 비건들의 삶의 태도와 가치가 음식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책 『아무튼, 비건』의 저자 김한민은 “(비건은) 단순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비건은 동물로 만든 제품의 소비를 거부하는 사람이자 소비자운동”이라며 “고기는 물론, 치즈나 우유 같은 유제품, 달걀, 생선도 먹지 않으며, 음식 이외에도 가죽, 모피, 양모, 악어가죽, 상아 같은 제품도 사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좀 더 엄격하게는 꿀처럼 직접적인 동물성 제품은 아니지만 동물을 착취해서 얻은 제품도 거부하며, 같은 의미에서 돌고래 쇼 같은 착취 상품도 거부한다”고 말한다. 이어 “비건의 핵심은 거부가 아니라 연결에 있다. 비건이 되는 것은 산업과, 국가와, 영혼 없는 전문가들이 단절시킨 풍부한 관계성을, 어린아이였을 때 누구나 갖고 있던 직관적 연결고리를, 시민들이 스스로의 깨우침과 힘으로 회복하는 하나의 사회운동”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비건을 지향한다는 건 단순한 채식 선호를 넘어 동물들과의 공존과 상생을 도모하는 것으로써 동물들과 함께하는, 미래 사회의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의미와 궤를 같이 한다. 즉 비건은 일종의 정치적 구호이자 사회운동의 일환인 것이다. 누군가가 장애인의 권리를, 성소수자의 권리를, 여성의 권리를, 노인과 아동의 권리를 외치는 것처럼 비건들은 동물의 권리를 외치는 ‘업글인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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