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이 시대의 대표적인 철학자이자 젠더 및 퀴어 이론가인 주디스 버틀러는 이 책에서 동시대 시위들이 우리로 하여금 정치, 민주주의, 인민, 행위성에 대해 새로운 사유를 하도록 이끈다고 밝힌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살아 있다는 사실은 다른 존재와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버틀러의 전작들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관계성’과 ‘상호의존성’은 이 책에서 논의하고 있는 집회의 ‘전복성’과 ‘수행성’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지금도 세계 곳곳의 거리에서는 무수한 시위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버틀러는 거리의 시위자들을 ‘수행적 신체’로 바라본다.
이어 버틀러는 시위가 비폭력적으로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대립이 일어나는 어떤 공간에서 자기 스스로 그리고 다른 이들과 함께 견디고 절제하며 처신하는 방식”이자 “살아 있는 존재의 불안정한 특성을 헤아리는 일상적 실천”으로 비폭력을 정의한다.
또한 버틀러는 여성의 이름으로 가해지는 인정 폭력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버틀러에 따르면 “젠더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토대 위에서는 차별, 괴롭힘, 폭력에의 노출이 강회될 게 분명한 사람들”인 트랜스젠더를 여성이 아니라고 배제하는 페미니스트들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여성을 “차별, 인종주의, 그리고 배제의 기제”로 오용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전 세계 집회 현장에 관한 철학적 분석과 젠더, 인종, 계급, 세대적 소수자에 대한 버틀러의 윤리적 응답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자.
『연대하는 신체들과 거리의 정치』
주디서 버틀러 지음│김응산·양효실 옮김│창비 펴냄│356쪽│2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