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억이 있으면 ‘진짜’ 부자?
46억이 있으면 ‘진짜’ 부자?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8.06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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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방송가 사람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담은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지오(현빈)가 준영(송혜교)에게 이별을 통보한 이유 중 하나는 그녀가 ‘부자’이기 때문이다.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인 지오에 반해, 준영은 그렇지 않다. 언제나 당당하며 거침이 없다. 지오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점점 위축된다. 심지어 준영의 엄마는 강남에 십층이 넘는 빌딩이 두어 채나 있다. 지오는 그녀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지만, 그럴수록 자꾸만 초라해진다(고 느낀다).

준영과 헤어지고 지오는 ‘중산층 중년 부부의 쓸쓸함’을 소재로 드라마를 만든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도 인생의 외로움과 쓸쓸함은 어쩔 수 없는 거라고 그는 자신의 드라마를 통해 이미지화한다. 그런데 실제로 지오가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의문이다. 그는 어느 배우에게 “강남에 십층이 넘는 빌딩이 두어 채 있고, 속 썩이는 자식 없고, 매일 쇼핑이나 하면서 살면 좋지 않나?”라고 묻는다. 그러자 그 배우는 “돈 밖에 없고, 살가운 자식은커녕 속 썩이는 자식도 하나 없고, 매일 할 일은 쇼핑 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인간에 대해 그렇게 단순하셔서 무슨 인생을 논하는 드라마를 찍으시겠다고”라며 일갈한다.

지오로부터 갑작스럽게 이별을 통보 받은 준영 역시 그의 드라마를 보며 이렇게 말한다. “중산층 중년 부부의 쓸쓸함을 말한다고? 가질 거 다 가져도 인생의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 게 인생이라고? 그럼, 남들이 볼 때 가질 거 다 가진 우리 엄마도 쓸쓸함은 있겠네? 그걸 네가 진짜 이해해?”

이런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진짜’ 부자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된다. 물론 부자는 절대적으로 경제적인 가치가 투영된 단어다. 재물이 많아 살림이 넉넉한 사람. 그게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자다. 실제로 최근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20~40대 성인남녀들이 생각하는 부자는 46억5,000만원 정도의 자산을 가진 자이다. 그래야 세상에서, 적어도 한국에서 부자로 통용된다.

흥미로운 것은 부자를 정의하는 ‘진정한’ 기준에 대한 추가 질문에서 24.8%가 ‘일하지 않고 지금 혹은 지금 이상의 생활수준을 유지, 영위할 수 있다’를 꼽았다. 이어 ‘빚 없이 나의 경제상황을 유지할 수 있다(14.0%)’ ‘고급차·대규모저택 등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규모를 가지고 있다(13.9%)’ 등이 뒤따랐다. ‘진정한’이라는 형용사를 달았지만, 부자의 기준은 여전히 경제적 조건과 결부돼 있다.

책 『부자의 언어』의 저자 존 소포릭은 조금 다른 부자의 기준을 제시하는데, 그는 ‘성취감 있는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을 ‘진짜’ 부자라고 부른다. 그리고 성취감 있는 일을 업으로 삼아야지만 경제적 부로 향하는 오랜 여정을 지치지 않고 버텨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성취감은 내적 가치, 성향, 재주, 야망, 내면의 목소리와 자신이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시사한다”며 “각자의 특성에 가장 적합한 환경에서 움직일 때만, 우리는 본질적으로 보상받는 느낌을 갖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저자가 말하는 본질적 보상은 ‘부’가 아닌 ‘성취감’이다. 그리고 그 성취감은 자연스럽게 부를 동반한다. 즉 부를 위해 성취감 있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내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일을 성취하는 가운데 부를 뒤따르게 하는 것이 건강한 순서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러한 순환에 진정한 노동의 가치가 서려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의 논의를 종합해보면 결국 진짜 부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는 가운데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이며, 그 성취감을 바탕으로 부를 창출하는 사람이다.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지오는 결국 드라마를 찍는 과정, 그러니까 자신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준영과 비로소 화해한다. 이후 지오는 드라마 PD로서도 승승장구한다. 거짓으로 드라마를 찍지 말자고, 늘 자신이 찍은 드라마처럼 살자고 말했던 지오. 그가 준영과 헤어진 후 찍은 드라마에서 알게 된 것은 중산층 중년 부부의 쓸쓸함이라기보다는 ‘진짜’ 부자가 되는 법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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