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묵의 3분 지식] 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전략
[조환묵의 3분 지식] 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전략
  • 조환묵 작가
  • 승인 2020.08.0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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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체스터 법칙과 3불 전략

[독서신문] 영국의 항공 엔지니어였던 프레드릭 란체스터(Frederick W. Lanchester)는 1, 2차 세계 대전 당시 전투기의 공중전 결과를 분석하다가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A국가는 5대의 전투기로, B국가는 3대의 전투기로 공중전을 벌인다면 A국가의 전투기가 2대 잔존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투기 대수 차이의 제곱(2대x2)인 4대가 잔존하고 B국가의 전투기는 모두 격추 당했다. 뺄셈의 법칙(5-3=2)이 아니라 제곱의 법칙(5-3=4)이 적용되는 것이다. 국가 간 전쟁에서 승패의 결과는 전력 차이의 제곱으로 나타난다는 란체스터 법칙(Lanchester’s Law)은 이렇게 탄생했다. 

란체스터 법칙은 그러나 강자의 전략이자 동시에 약자의 전략이기도 하다. 이 법칙은 약자와 강자가 동일한 장소, 동일한 무기, 동일한 방법으로 정면 대결을 했을 경우에만 국한되기 때문이다. 만약 약자가 강자의 약점이나 빈틈을 노려 전투 조건을 다르게 가져간다면, 약자도 강자를 이길 수 있음을 란체스터 법칙은 시사한다. 약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강자에게 불리한 것을 선택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이길 수 있다. 

약자인 베트남이 강자인 프랑스, 미국, 중국과의 전쟁에서 연승을 거둔 것이 대표 사례다. 베트남의 국민영웅 보 구엔 지압(Vo Nguyen Giap) 장군은 강대국과의 전쟁들을 승리로 이끈 주인공으로 ‘붉은 나폴레옹’이라고 불린다. 지압 장군은 승리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미국 같이 강한 군대와 싸우면서 우리가 한 건 별로 없습니다. 세 가지를 하지 않았어요. 우선 적들이 원하는 시간에 싸우지 않았고, 그들이 싸우고 싶어 하는 장소에서 전투를 치르지 않았으며,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싸웠습니다.” 

이것이 모두가 안 된다고 한 싸움을 승리로 이끈 3불(不) 전략의 핵심이다. 3불 전략이란 강자와의 전쟁에서 약자가 세 가지를 하지 않음으로써 승리하는 방법론이다. 첫째, 회피 전략이다. 최적의 기회를 얻기 위해 적과의 싸움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면서 적이 원하는 시간에 싸우지 않는 것이다. 둘째, 우회 전략이다. 지형적 특징을 최대한 활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곳이지만 적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장소에서 전투를 치르는 것이다. 셋째, 혁파 전략이다. 적을 철저하게 무력화시키는 최고도의 기술로 적이 절대 생각하지 못한 방법을 고안해 싸우는 창의적 전략을 일컫는다. 

세계 전쟁사에서 3불 전략으로 승리한 장군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명장 이순신 장군은 명량 해전에서 12척의 함선으로 일본 수군 133척을 물리쳤고(회피 전략), 카르타고의 장군 한니발은 알프스 산맥을 넘어 침공해 로마군의 허를 찔렀으며(우회 전략), 다윗은 골리앗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돌팔매 공격으로 승리했다.(혁파 전략)

란체스터 법칙과 3불 전략은 기업의 경쟁원리나 마케팅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시장점유율이 1위인 선두기업을 상대로 후발기업이 동일한 시장에서 동일한 무기와 동일한 방법으로 싸워서는 강자인 1위 기업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이 현대 비즈니스 세계의 란체스터 법칙이다. 약자인 후발주자는 시장세분화를 하여 틈새시장을 개척하거나, 제품차별화 전략으로 무기를 달리하거나, 아니면 시장과 무기, 싸움의 방법을 모두 새롭게 하여 신제품으로 신시장을 개척하는 마케팅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 3불 전략과 닮았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네트워크 경제, 공유 경제, 플랫폼 경제의 주도권 싸움을 강자의 전략에 비유하자면, 그 생태계에 속해 있는 약자들의 전략은 과연 무엇일까 고민에 빠지게 된다. 란체스터 법칙과 3불 전략에 근거한 약자의 전략이 과연 있는 걸까 의문마저 든다.

게임 전문 스타트업은 새로운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여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한다. 모바일 앱 생태계를 벗어나 모바일 게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별도로 약자의 전략을 세울 수 없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국내 배달앱 시장은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의 3강이 하나가 되어 완전한 독점시장을 만들었다. 한때 국내 시장점유률 99%를 차지했고 지금도 90%를 상회하고 있다. 이런 독점 상황에서 3강이 갑질을 해도 영세사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배달앱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최근 구글은 플레이 스토어의 모든 앱 결제에 수수료 30%를 받겠다고 하여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독과점의 횡포가 없고 공정한 경쟁 속에서 굳이 약자의 전략을 고민할 필요 없는 공생의 생태계는 정말 불가능 할까? 오로지 치열한 생존 경쟁만이 존재하는 걸까? 정답 없는 숙제 같은 느낌이 든다.  

 

■ 작가 소개

조환묵
(주)투비파트너즈 대표컨설턴트.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IT 벤처기업 창업, 외식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실용적이고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당신만 몰랐던 식당 성공의 비밀』과 『직장인 3분 지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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