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휴가는 ‘어디로’ 떠나는 게 좋을까?
올해 여름휴가는 ‘어디로’ 떠나는 게 좋을까?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7.31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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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칠말팔초’(七末八初), 그러니까 7월 말과 8월 초는 가장 핫한 여름휴가 시즌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많은 직장인이 이 시기에 휴가를 떠난다. ‘극’성수기로 불리는 이 시기는 어딜 가나 비싸고, 많은 사람으로 북적인다. 그래서 프리랜서들은 이 시기를 피해 6월 말이나 7월 초, 혹은 9월을 넘겨 여름휴가를 떠나기도 한다. ‘비싼 물가’와 ‘많은 사람’은 뜨거운 햇볕보다 사람을 더 기진맥진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실 여름휴가를 ‘언제 떠날까?’라는 물음보다 더욱 대답하기 어렵고 까다로운 건 ‘어디로 떠날까?’이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요원해진만큼, 안전하면서도 알찬 국내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여름휴가, 어디로 떠나는 게 가장 좋을까?

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주제’이다. 여행에서도 적절한 주제 선정은 그 과정을 더욱 유익하고 즐겁게 해준다. 바로 ‘테마여행’이다. 테마여행은 정해진 주제를 따라 계획을 세워 여행하는 것을 말한다. 가령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전국 각지에 있는 야구장 방문을 주제로 삼고,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각 지역의 특산물을 맛보기 위한 식도락 여행을 계획한다. 그리고 영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봤던 영화의 촬영 장소를 찾아 떠날 것이다.

허진호 감독,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스틸컷

전북 군산은 대표적인 ‘영화 관광지’로 유명하다. 군산은 바로 허진호 감독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1998)의 배경이 됐던 곳이다. 특히 영화 속 주인공 ‘정원’(한석규)이 운영했던 초원사진관은 군산의 여러 관광지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영화를 인상적으로 관람한 관객들은 초원사진관에 들러 정원과 ‘다림’(심은하)의 애틋한 사랑을 다시 한번 떠올린다. 초원사진관 앞에는 극중 정원이 탔던 ‘빨간 오토바이’가 전시돼 있는데, 여행객들은 이 오토바이에 올라 초원사진관에 다녀갔다는 ‘인증샷’을 남긴다.

초원사진관 근처에는 다양한 영화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마이페이보릿’이라는 씨네마 스토어가 있다. 이 곳에는 인기 있는 영화의 포스터를 비롯해 씨네필(영화광)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과 영화 잡지 등을 판매한다. 이 외에도 영화를 모티프로 한 각종 퍼즐, 텀블러, 엽서, 그림 등 다양한 영화 굿즈들이 비치돼 있어 관광객들의 구매욕을 ‘영화적으로’ 자극한다.

이용주 감독, 영화 <건축학 개론> 스틸컷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에는 이용주 감독의 영화 <건축학 개론>(2012)에 나왔던 ‘서연의 집’이 있다. 두 청춘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건축’이라는 소재로 흥미롭게 엮어냈던 이 영화는 허진호 감독 이후 뚜렷한 성취가 없었던 한국 멜로드라마 역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제주도의 푸른 바다를 탁 트인 창으로 마주할 수 있는 이 공간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임순례 감독, 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컷

경북 군위에는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2018)의 ‘혜원의 집’이 있다. 임용시험에 실패하고 고향으로 내려온 ‘혜원’(김태리)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휴식했던 이곳은 주변 자연 경관 또한 아름다워 그야말로 치유와 회복의 분위기를 풍긴다. 이 공간에서 혜원은 엄마가 집안 구석구석에 몰래 남기고 간 레시피를 통해 맛있는 음식을 해먹으며 다시 한번 성장한다. 혜원이 음식을 만들어 먹었던 주방과 친구들과 재미있는 수다를 떨었던 마루가 그대로 보존돼 있어 영화의 흥취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책 『여행의 이유』에서 김영하는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고 말했다.

영화와 여행의 공통점은 일상의 무료함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환각성’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관객은 영화관으로, 여행객은 산과 바다 혹은 그 어딘가로 떠난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촬영 장소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말하자면 여행의 여행, 한 번에 두 번의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신비로운 체험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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