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새로운 인식의 생산과 문학적 지성의 평론집 『아름다움의 지성』
[리뷰] 새로운 인식의 생산과 문학적 지성의 평론집 『아름다움의 지성』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7.2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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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이 책을 관통하는 큰 줄기는 문학(비평)이 단지 감각이나 감성의 문제가 아니라 지성 혹은 감각화된 지성의 표현이라는 저자의 가치와 철학이다. 결국 문학과 문학의 ‘섬세한 읽기’인 비평은 저자의 말처럼 “냉정한 균형감각”을 유지할 때 빛을 발한다.

저자의 이러한 태도를 명징하게 발견할 수 있는 챕터가 있다. 「페미니즘소설의 몇 가지 양상」에서 저자는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과 강화길의 『다른 사람』 그리고 김혜진의 『딸에 대하여』를 영국 작가 울프의 사유를 빌려 정리한다. 울프의 사유는 ‘작품의 온전성’으로 정리할 수 있는데, 작가의 분노가 작품의 온전성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녀는 고요히 써야 할 곳에서 분노(rage)에 싸여 쓸 것이고, 현명하게 써야 할 곳에서 어리석게 쓸 것입니다. 또한 그녀는 등장인물에 대해 써야 할 곳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 쓸 것입니다. -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中

여기서 저자는 울프의 주장에 또 다른 쟁점을 제기하며 “때로는 즉각적 고발이 필요한 상황도 있지 않은가. 여기에는 또 다른 쟁점인 경향성의 문제도 관련된다”고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과 강화길의 『다른 사람』은 “이미 알려진 성적 관계의 폭력성을 고발하는 데 그친”다. 이어 “작가는 정답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인물과 사건을 통해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는 동반자여야 한다. 이 작품(『다른 사람』)은 뒤로 갈수록 정해진 페미니즘의 주장들을 도식적으로 제시하는 데 머문다”며 “탐구가 아니라 주장이 앞서는 작품이 좋은 소설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즉 위의 두 소설은 고발문학, 혹은 경향문학으로서의 성취를 인정할 수 있지만, 저자의 말처럼 그것이 “질적인 가치”를 담보하지는 못한다.

저자에 따르면 “좋은 작품은 그 작품의 형식적, 내용적 낯섦으로 독자를 미지의 영역으로 끌고” 가는데, 김혜진의 『딸에 대하여』는 “앞의 두 작품과는 구별되게 한 여성의 삶과 내면에 서사의 초점을 맞추면서 그 삶의 양상을 입체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아울러 저자는 이 소설의 미덕에 대해 “‘크고 단단하고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뭔가’를 섣불리 판단하거나 고발하지 않고 다만 그 현실 앞에 놓인 ‘나’, 혹은 독자인 우리들에게 어떤 태도가 가능할지 고민한다는 점”을 꼽는다.

끝으로 이 작품은 “요즘 소설에서 종종 보이는 이해의 (불)가능성이라는 상투적 주제에 갇히지 않고, 그걸 구체적 인간관계, 특히 여성들의 관계에서 섬세하게 탐구하는 것이 돋보인다”며 “이런 묘사는 작가가 취한 섬세한 관점이 소산”이라고 평가한다.

『아름다움의 지성』
오길영 지음│소명출판 펴냄│527쪽│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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