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 ‘천박’ ‘XX’... 이해찬 대표의 언향(言香)은 듣는 사람 잘못?
‘초라’ ‘천박’ ‘XX’... 이해찬 대표의 언향(言香)은 듣는 사람 잘못?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7.28 08: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사람의 말, 그중에서도 정치인의 말은 자주 논쟁의 대상이 된다. 그 이유는 대개 두 가지로 정리되는데, 하나는 사안을 크게 키워 이슈화하기 위해 고의로 논쟁을 일으키는 경우이며 다른 하나는 적절한 말(단어)을 구사하지 못해 불필요한 오해, 불쾌감, 상처를 불러일으키는 경우다. 대개 정치 연륜이 쌓이고 정무적 감각이 생기면 이런 오해를 피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지만, 예외는 늘 있기 마련인데, 최근 그 일례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목되고 있다.

지난 24일 세종시에서 열린 ‘세종시 착공 13주년 및 정책아카데미 200회 기념 명사특강’에 연사로 나선 이 대표는 “유럽의 센강 같은 곳에 가보면 노트르담 성당 같은 역사 유적이 쭉 있다. 그 설명을 들으면 프랑스가 어떻게 살아왔구나 하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반면) 서울 한강 변은 배를 타고 지나가면 무슨 아파트 한 평에 얼마 이걸 쭉 설명한다. 반대편에서 와도 무슨 아파트 설명밖에 없다. 이런 천박한 도시를 만들면 안 되는 거거든요”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 직후 온라인상에서는 ‘지역감정을 조장한다’ ‘그럼 서울 사는 사람은 다 천박하단 거냐’ 등의 비판 여론이 일어났다. 파장이 커지자 민주당은 해명에 나섰지만, 사과보단 언론에 책임을 전가했다. 민주당은 “세종시를 품격있는 도시로 만들자는 취지에서 서울의 집값 문제 및 (집이) 재산 가치로만 평가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한 것”이라며 “(이런) 문맥은 생략한 채 특정 발언만 문제 삼아 마치 서울을 폄훼하는 것처럼 보도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다소 부적절한 언어가 사용되긴 했지만, 진짜 문제는 언론이 그 의도를 곡해하고 본질을 호도했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 대표의 발언은 좋은 의도였을 것이다.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가 서울 한강 변을 둘러싼 아파트 무리에 충격을 받고 쓴 『아파트 공화국』에서 “주택이 유행상품처럼 취급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는 문제지만, 결론적으로 대단지 아파트는 서울을 오래 지속될 수 없는 하루살이 도시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했듯, 이 대표의 발언은 행정수도로 거론되는 세종시가 서울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 듯 보인다. 다만 그 의도와 달리 적잖은 사람이 이 대표의 발언을 ‘서울=천박한 사람이 사는 곳’으로 받아들였다. 누군가는 상처를 입었고, 누군가는 분노했다.

말을 적절하게 구사하는 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고, 누구나 상대의 말을 오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발언은 (적절한 해명과 수습 조처가 이뤄졌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다만 이 대표 측은 사과보다는 ‘적절하지 못한 보도로 인한 오해일뿐 아무 문제가 없다’라는 식으로 해명했고, 거기에 과거 이 대표가 했던 문제적 발언들이 더해져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사실 지금껏 이 대표의 ‘말’이 문제가 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앞서 총선 때는 부산을 방문해 “‘도시(부산)가 왜 이렇게 초라할까’ 그런 생각을 참 많이 했다”며 “초라한 부산을 대개조하겠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고, 최근 고(故) 박원순 시장 장례식장에서는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 관련 질문을 건넨 기자에게 “XX 자식”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여 논란에 휩싸였다.

이뿐 아니다. 지난 1월 15일에는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씀’에 출연해 “선천적인 장애인은 의지가 좀 약하대요. 어려서부터 장애를 가지고 나오니까... 그런데 사고가 나서 장애인이 된 분들은 원래 자기가 정상적으로 살던 거에 대한 꿈이 있다”고 말해 장애인 비하 논란을 일으켰다. 2018년 12월 당내 장애인위원회 행사에서는 “정치권에 정신장애인들이 많다”는 발언으로 큰 비판 여론과 직면한 바 있다.

이기주 작가는 책 『말의 품격』에서 “한자 품(品)의 구조가 흥미롭다. 입 구(口)가 세 개 모여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 내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품격이 드러난다. 아무리 현란한 어휘와 화술로 말의 외피를 둘러봤자 소용없다. 나만의 체취, 내가 지닌 고유한 인양(人香)은 분명 내가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고 말한다.

“‘천박한 도시’ 발언은 세종시를 품격있는 도시로 만들자는 취지다. 앞뒤 문맥은 생략한 채 특정 발언만 문제 삼아 마치 서울을 폄훼하는 것처럼 보도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라는 민주당 측 반응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26일 자신의 SNS에 “조금 전에 제가 이해찬 대표의 입이 천박하다고 한 바 있습니다. 제 발언은 이해찬 대표를 품격있는 사람으로 만들자는 취지이며, 앞뒤 문맥을 생략한 채 특정 발언만 문제 삼아 마치 대표를 폄훼하는 것처럼 오해하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전했다. 이 대표의 언어가 일으키는 논란은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만의 잘못일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