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현직 교사가 들려주는 생생한 역사 여행기 『방구석 역사여행』
[책 속 명문장] 현직 교사가 들려주는 생생한 역사 여행기 『방구석 역사여행』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0.07.27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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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흥선대원군은 민비에게 왕실의 여인으로서 지켜야 할 덕목을 직접 가르친 뒤, 노락당에서 고종과의 가례를 올리게 했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당시 사회통념을 벗어나는 일이었다. 왕실의 법도로 봤을 때 왕이 사가에서 가례를 올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또한 여자 집에서 혼례가 이루어지는 당시의 친영제도(신부의 집에서 혼례를 치른 뒤 신랑의 집에서 살림을 시작하는 결혼제도)에도 어긋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운현궁 노락당에서 고종의 가례를 올린 것은 치밀한 계산 아래 이루어진 흥선대원군의 정치 활동이었다. 고종에게는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의 뜻을 무조건 따라야 함을 인지시키고, 민비에게는 안동 김씨처럼 왕권을 위협하는 정치 활동을 하지 말 것을 경고한 것이었다. 이처럼 흥선대원군의 정치 활동의 중심지는 궁궐이 아니라 그가 살고 있는 운현궁이었다. <34쪽> 

청령포에서 단종의 삶은 오래가지 못했다. 세간의 이목이 차단된 청령포는 단종의 죽음을 조용히 처리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세조가 청령포에 단종을 보낸 것은 감금이 아니라 살해가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세조는 금부도사에게 단종을 죽이라 명했고, 얼마 뒤 단종은 관풍헌에서 죽었다. 단종이 어떤 죽음을 맞이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청령포에서 단종을 모시던 궁인들조차도 살아남은 이가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148쪽> 

보탑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52m에 달하는 거대한 삼층목탑이다. 52m의 목탑 높이를 과거 길이를 재던 척(尺)으로 환산하면 108척이 된다. 불교에서는 108번뇌, 108배, 108염주 등 108이라는 숫자에 큰 의미를 둔다. 보탑사의 삼층목탑을 108척의 높이로 제작한 데는 많은 이들의 소원과 염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세심함이 담겨 있다. 또한 보탑사 삼층목탑은 황룡사 구층목탑을 모델로 제작됐다. 단순히 황룡사 구층목탑의 외형적인 모습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통 건축 방식에 따라 쇠못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탑을 쌓아 올렸다. <195~196쪽> 

300년 가까이 세상일에 깊이 관여하지 않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던 무섬마을의 사람들도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입신양명을 추구하지 않고 유유자적 살아가던 전통의 삶을 버리고 독립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특히 일제의 식민지 교육으로 독립운동에 참여할 인재를 양성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김화진이라는 사람이 무섬마을에 1928년 아도서숙이라는 교육기관을 세웠다. <306쪽> 

『방구석 역사여행』
유정호 지음 | 믹스커피 펴냄│384쪽│1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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