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유혈혁명과 히틀러를 키운 것은 팔할이 ‘오해’였다
프랑스 유혈혁명과 히틀러를 키운 것은 팔할이 ‘오해’였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7.24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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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프랑스 혁명은 그 시작부터 피비린내가 났다. 소통의 부재와 가짜뉴스에서 비롯된 오해 때문이었다. 

1789년 7월 14일, 모든 신분이 참여하는 국민의회를 ‘무질서’로 규정하고 무력 진압하려 한 루이 16세에 분노한 시위대는 보훈병원 앵발리드에서 소총 3만2,000정과 대포 20문을 확보한 후 탄약을 구하기 위해 바스티유 감옥으로 몰려간다. 하루 전인 13일, 병기창에서 바스티유 감옥으로 화약 250통이 넘겨졌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아침 10시경, 시위대에서 뽑힌 세명의 대표단은 바스티유 감옥 사령관에게 ‘화약을 넘겨주고, 시위대가 대포를 보고 불안해하니 감옥의 대포를 뒤로 빼 달라’고 요청한다. 

그런데 이때부터 오해가 시작된다. 사령관은 대표단의 요청을 수용해 대포를 뒤로 빼라는 명령을 내리는데, 이를 본 시위대는 오히려 발사를 준비한다고 오해하고 세를 늘린다. 시위대 수가 늘어나자 사령관도 시위대가 곧 감옥을 공격할 것으로 오해하게 된다. 

대표단이 협상을 마치고 돌아와 시위대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고 말했음에도 시위대는 그 사실을 믿지 않았다. 더욱이 시위대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협상 내용이나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결국 시위대원 몇이 해자(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밖을 둘러 파서 못으로 만든 곳)를 건너는 다리의 사슬을 끊고, 위협을 느낀 감옥 수비대가 시위대에게 총을 쏘고, 시위는 유혈사태로 번진다. 오후 5시, 시위대가 바스티유 감옥을 향해 대포를 겨누자 사령관은 항복한다. 이것이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왕권신수설이 부정되는 신호탄이 된 바스티유 감옥 함락 사건이다.      

바스티유 감옥 함락 사건은 이후 이어지는 피비린내 나는 혁명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때부터 80여년 동안 왕정과 공화정이 번갈아 가며 세워지고 엎어지는 과정을 통틀어 프랑스 혁명이라고 부르는데, 이렇게 피바람이 부는 갈지자 행보를 이어간 주원인은 왕과 특권계급, 시민들이 소통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가짜뉴스와 오해였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책 『김영란의 헌법 이야기』에서 “시민들이 좋은 결정을 하려면 먼저 진실이 제대로 전달돼야 하는데 프랑스 혁명의 현장은 특권계급은 특권계급대로, 시민들은 시민들대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왜곡돼서 전달된 진실만을 접할 수 있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독일에서 혁명으로 탄생한 공화국이 몰락하고 시민들이 히틀러를 지지하게 된 이유도 이와 비슷했다. 

1918년 독일에서 군주정을 폐지하고 공화국을 출범하게 한 11월 혁명이 일어난다. 그리고 공화국이 선포된 뒤 이틀이 지난 11월 11일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의 패배를 인정하고 정전협정에 서명한다.  

그런데 어쩐지 독일 국민들은 다 이기고 있던 전쟁을 의회정치를 주장하던 정치인들 때문에 포기해 버렸다고 잘못 생각한다. 공화제를 주장해 오던 정치인들이 정권을 잡고 전쟁을 포기했다는 가짜뉴스를 군부가 퍼뜨렸기 때문이다. 히틀러는 1930년 총선에서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해야 했고 승리하는 게 당연했는데 정치인들이 배신해서 승리를 빼앗겼고 언젠가는 승리를 되찾아 와야 한다”고 주장하며 승리한다.   

김 전 대법관은 이에 대해 가짜뉴스에서 비롯된 민주주의 혐오가 독재자 히틀러가 이끄는 나치에 나라를 넘겨주는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한다. 

소통의 부재, 가짜뉴스, 오해. 한편, 과거 프랑스와 독일의 사례는 통신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지만, LTE와 비교해 그 속도가 20배가량 빠르다는 5G 기술이 상용화되는 시점에 어째서 이런 말들이 들려오는 것일까. 

각종 플랫폼에서 일부 인플루언서들은 음모론을 비롯한 가짜뉴스를 펼쳐내고,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들과 함께 각종 조롱과 혐오를 쏟아낸다. 그 어느 때보다 소통의 기술이 발전한 현대에 아이러니하게도 사회는 단절되고 있다. 

소통의 부재와 가짜뉴스에서 비롯된 오해는 유혈 혁명을 일으키고 국가를 전복할 정도로 커질 수 있는데, 이러다가 과거 프랑스와 독일에서처럼 피바람이 불고, 독재자의 지배를 용인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역사가 반복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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