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은 의지 문제?... “처벌보다 치료, 쾌락보다 행복 중요”
중독은 의지 문제?... “처벌보다 치료, 쾌락보다 행복 중요”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7.23 08: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중독은 무언가에 인이 박여 그것 없이는 견디기 어려운 상태를 뜻한다. 그 대상은 술, 담배, 마약, 포르노처럼 물질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음식, 섹스, 성형 같은 행위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중독의 원인은 무엇이고, 왜 떨쳐내기 어려운 것일까. 일반 대중은 중독을 ‘의지박약’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지만, 전문가들은 ‘중독=뇌 질환’으로 그에 알맞은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의지를 발휘해 인내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란 얘기.

지난 6월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내 중독연구특별위원회가 조사한 「약물오남용 대국민인식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민 절반 가까이가 중독을 뇌 질환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성인 남녀 1,020명에게 ‘중독(의존)은 어떤 현상이라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을 던졌더니 35.4%만이 ‘뇌의 조절력 상실에 의한 질병’이라고 응답했고, 나머지 64.6%(성격·의지 문제 22%, 잘못된 습관 20.7%, 정신질환 15.4%, 모름 6.6%)는 의지 부족이나 잘못된 습관을 이유로 들었다. 중독을 질병보다는 기질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난 것.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독은 뇌과학적으로 신경전달물질의 조절 기능을 상실한 병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강훈철 중독연구특별위원회 간사(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중독은 보상·스트레스·자기조절에 관련된 뇌 회로의 기능적 변화를 수반하고, 오래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뇌 질환으로 분류된다”며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뇌 기능의 영구적인 변화와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흔히 중독의 원인을 ‘쾌락’으로 인지하지만, 전문가들은 ‘첫 쾌락의 기억을 좇는 보상심리’를 더 정확한 원인으로 지목한다. 쾌락의 만족감은 횟수가 거듭될수록 낮아지지만, 대개 첫 쾌락의 느낌을 갈망하면서 중독 행위를 반복하고, 그로 인해 욕망과 감정을 조절하는 뇌 능력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음식 과다 섭취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맛에 대한 기대치가 높을 경우, 그런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기대하는 보상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소년 151명을 대상으로 미국 오리건연구소에서 진행한 실험에 따르면 단맛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경우 그 기대가 충족될 때까지 평소보다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했다. 탐식이나 탐닉이 원인이라기보다 뇌 보상 체계의 문제라는 말이다. 이는 도박, 섹스 등 행위 중독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이런 이유에서 미국은 2013년부터 행위중독을 물질중독과 같은 정신과 질환 진단분류체계(DSM-5)로 분류하고 있다.

중독은 개인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치부되기도 한다. 이유는 강력한 전염성 때문. 하버드대학교의 니콜라스 크리스타키스 교수 연구진은 최근 프래밍엄 심장 연구(1948년부터 아버지, 아들, 손자에 이르기까지 5,124명을 추적 조사)를 통해 중독의 전염성을 조사했는데, 조사에 따르면 비만인 친구를 둔 사람이 비만이 될 확률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171% 높았고, 흡연 확률 역시 36% 증가했다. 이 외에 음주, 행복, 외로움도 비슷하게 조사됐다.

그렇다면 중독을 치료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아직 완전한 치료법은 없다. 뇌리에 각인된 쾌감의 기억이 끊임없이 중독 행위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알코올 중독 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A씨는 “십수 년 가까이 술을 끊고 알콜 중독 치료를 돕고 있지만, 솔직히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난 유혹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 유혹에 무너질 것만 같은 위기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현재 이뤄지는 중독 치료법의 원리는 간단하다. 행동요법과 약물요법을 병행하면서 중독자의 보상 체계가 중독 대상이 아닌 다른 것에 반응하도록 유도하는 것. 하지만 그런 이론을 실현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은데, 이와 관련해 세계적인 뇌과학자 에릭 캔델은 책 『마음의 오류들』을 통해 중독자들로부터 연구비를 회수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 제약회사들이 중독 치료 약물 개발에 소극적이지만, 그럼에도 흡연 욕구를 줄이는 니코틴 대체재나 헤로인 대체재인 메타돈처럼 보상 체계를 변화시키는 치료법이 개발되는 등 적잖은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중독된 상태에서는 의지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약물이 의사 결정을 통제하는 뇌 영역들을 표적으로 삼기 때문이다. 중독은 도덕적 타락이 아니라 뇌 질환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중독자에게 처벌이 아니라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주문했다.

중독 상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면 ‘쾌락’보다 ‘행복’을 추구하는 자세가 완치를 도울 수 있다. 미국의 로버트 N. 프록터 박사는 책 『우리를 중독시키는 것들에 대하여』에서 “쾌락을 만드는 사람들은 만족의 즉각적인 전달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사실상 행복을 방해한다”며 “행복은 쾌락을 자주 주입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기대하고 계획하고 만족을 노력으로 얻어내는, 더 연장된 시간 동안의 관여에서 온다. 즉 목적지는 더 적고 여정은 더 길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