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먹고사는 일'로서의 건축 『부부 건축가 생존기, 그래도 건축』
[포토인북] '먹고사는 일'로서의 건축 『부부 건축가 생존기, 그래도 건축』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7.19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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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건축가 하면 고상한 문화 예술인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부부 건축가는 먹고사는 직업으로서의 건축가, 날것 그대로의 직업 현실을 적나라하게 내비친다. 돈을 벌려고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일을 하려고 돈을 버는 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턱없이 부족한 설계비, 계속된 설계공모전 낙선 등의 요인으로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건축사사무소의 상황, '누가' 지었는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건축가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의 에피소드 등을 소개한다. 

[사진=눌와]
[사진=눌와]

교육청과 계약할 때도 수의시담으로 교육청 공무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그때는 정말 어이없게도 설계비를 13퍼센트나 깎아서 공고 금액의 87퍼센트로 계약을 하자고 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따졌다. "설계 공모에 의해 당선이나 입선을 하면 공모에 들어간 비용을 보상해주도록 법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입찰해서 낙찰 받은 업체랑 똑같은 금액으로 깎아서 계약하면 공모에 들어간 비용을 보상받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랬더니 교육청 공무원들의 특기인 본청과 지청 간의 공 넘기기가 시작됐다. 지청에서는 본청에 이야기하라고 하고 본청에서는 지청의 소관이라고 했다. <120~121쪽>

[사진=도서출판 눌와]&nbsp;
[사진=도서출판 눌와]&nbsp;

나는 우리나라의 공공 건축 시스템이 대체 무엇을 목표로 만들어진 것인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제대로 된 시스템이라면 누가 설계를 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공공 건축 시스템은 건축가에게 그저 최소의 시간과 최소의 공사비만 주고 있다. 이런 제도 아래서는 아무리 실력 있는 건축가라도 수준 높은 설계를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사실, 우리는 이 모든 '빨리빨리' 시스템과 쥐어짜는 예산의 진짜 이유를 알고 있다. 공공 건축 사업을 통해 단기간에 여러 성과를 내는 것이야말로 사업 발주 권한을 가진 지자체장과 정치인의 지상 목표이기 때문이다. <149쪽> 

2013년 전문가들이 뽑은 한국 최악의 현대건축 8위에 선정된 용산구청사. [사진=도서출판 눌와] 
2013년 전문가들이 뽑은 한국 최악의 현대건축 8위에 선정된 용산구청사. [사진=도서출판 눌와] 

지금도 공공 청사가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길 강박적으로 기대하는 경우가 있다. 심사위원은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적지 않은 지역 주민의 생각도 그러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시청사나 구청사, 주민센터 같은 지역 청사뿐 아니라 노인복지회관이나 도서관, 청소년수련센터, 그리고 체육센터처럼 근린생활시설의 역할을 하는 공공 건축도 마찬가지다. 다른 평범한 건물들과는 다른 방식의 정갈하고 세련된 외관을 가지면서, 주변과 비슷한 스케일로 지역 사회에 지리감 없이 조용히 편입되는 그런 공공 건축을 보기는 힘들다. 왜 다들 하나같이 나 여기 있다고 목청껏 소리를 질러대야 하는 것일까? <184쪽> 


『부부 건축가 생존기, 그래도 건축』
전보림·이승환 지음 | 눌와 펴냄│252쪽│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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