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우리 헌법은 무엇을 향해야 하는가? 『김영란의 헌법 이야기』
[책 속 명문장] 우리 헌법은 무엇을 향해야 하는가? 『김영란의 헌법 이야기』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0.07.15 09: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우리나라에서 현재 적용되는 헌법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새로 만들어진 헌법입니다. 헌법 제10호라고도 불리는데, 헌법 제1호인 제헌헌법 이후 네 차례의 전부개정과 다섯 차례의 일부개정 역사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헌법 제10호는 6월 항쟁의 핵심 요구사항이었던 대통령 직선제를 정치권에서 수용하면서 여·야의 합의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헌법 제10호에 기초한 체제를 흔히 1987년 체제라고 부르고 비교적 조용히 시행돼 왔지요. 

그런데 2000년대 중반부터, 1987년 체제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개헌 논의가 일기 시작합니다. 2007년 1월경 고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개정하는 이른바 원포인트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한 이래로 논의는 계속돼 왔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는 대통령의 권한에 대한 두 주장이 공존해 왔습니다. 하나는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크기 때문에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리고 여소야대 내각이 구성되면 대통령이 정책을 추진하는 데 힘을 받지 못해 식물대통령이 될 수 있으니,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동시에 하되 대통령의 임기를 미국처럼 4년 중임제로 바꿔서 힘을 실어 주자는 주장이 다른 하나입니다. 그 외에도 영국처럼 의원내각제로의 개헌이나 프랑스처럼 이원정부제로의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돼 왔지요. 

2016년 10월부터 시작된 촛불항쟁 이후에도 개헌 논의는 이어져 왔습니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한다는 차원에서 2018년 3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제출했지요. 하지만 같은 해 5월 24일 의결정족수 미달로 인한 투표불성립, 다시 말해 투표함을 열지도 않고 부결된 것을 보면 현재 시점에서는 그 동력을 많이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럼 여기서 헌법 개정안과 관련 있는 헌법 조항을 한번 살펴볼까요? 

헌법 제128조 제1항
헌법개정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 

헌법 제130조 제1항
국회는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하여야 하며, 국회의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헌법 제130조 제2항
헌법개정안은 국회가 의결한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붙여 국회의원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다른 법률안은 국회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는 데 비해 헌법 개정안만큼은 재적의원 3분의 2의 찬성뿐만 아니라 국민투표 같은 특별한 조건을 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헌법 개정안에만 까다로운 조건을 달아 놓은 것은 헌법이 국가의 기초를 만들고 다지는 기본이 되기 때문에 함부로 바꾸지 못 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현재의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지의 문제는 결국 1987년 체제를 바꿀 필요가 있는지의 문제가 되겠지요. 그리고 지금이 현재의 체제를 바꿀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해도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바꿔야 하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제대로 풀어내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학계, 언론계에서 개헌의 필요성이 활발하게 논의돼야겠지요.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투표권을 가진 국민 스스로가 개헌에 관심을 가져 그에 대한 여론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개헌 논의가 국민투표에 부쳐지는 것은 마지막 단계이므로 그전부터 국민들이 개헌 논의를 더욱 잘 이해하고 그 논의에 기여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이 책은 어느 학생의 이런 소박한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8~11쪽>

『김영란의 헌법 이야기』
김영란 지음│풀빛 펴냄│256쪽│16,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