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저자에게 사랑은 "시간을 쓰는 일"이다. 사랑의 감정을 채워주고, 필요를 채워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모든 것은 결국 시간의 범위 안에서 이뤄지는 일이니, 저자에게 사랑이란 "내 시간 따위 기꺼이 내어 주"는 일이다.
저자가 글과 사랑을 나눈 시간은 장장 21년. 처음엔 방송작가로, 이후엔 에세이스트로 글과 사랑을 이어왔다. 이 책은 그 러브스토리를 담고 있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아무튼 여름』 등을 포함해 총 열세권의 책을 냈던 이야기.
저자의 글쓰기 생활은 단조롭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침실 옆 '작업방'으로 출근해 하루 5~6시간을 일한다. 작업 방식에도, 퇴고에도 나름의 원칙이 있고 마감 한 달 전까지 자신만의 마감을 따로 만들어 절대로 마감일을 어기지 않는다. 글 쓰는 방식은 '충분히 생각하고 쓰기'보다는 '쓰면서 생각'하는 형태다. 글쓰기 순서는 ▲무엇에 대해 쓸지 정한다 ▲글의 제목을 붙인다 ▲쓴다 ▲쓰면서 주제를 찾는다 ▲초고를 완성한다 ▲논다 ▲읽고 고친다 ▲안 풀리면 포기한다. 초고 완성 후에는 2주 정도 휴식을 취하며 "글쓰기라는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던 나를 일에서 분리시키는" 시간을 가진다. 그렇게 '그 글을 쓴 나'가 아니라 '그 글을 읽을 나'를 만든다.
저자는 '첫 문장보다 끝 문장'을 강조한다. "에세이는 일상의 깨달음에 대해 쓰는 글인 만큼 첫 문장이 떡 벌어질수록 뒷이야기가 초라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저자가 터득한 노하우는 ▲뭔가를 느끼지 않아도 된다 ▲교훈이 없어도 된다 ▲이야기의 결론을 꼭 내지 않아도 된다 ▲다짐과 희망 사항에 대해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된다.
이 외에도 저자는 세심하고 가만가만히 글쓰기 조언을 전한다. ▲후배, 동료 작가들을 고려하며 업무를 수락할 대 원고료를 묻는 것 ▲익명을 상정하고 썼음에도 상처받을 이를 고려해 글을 발표하기를 망설이는 일 ▲기쁜 일을 나눌 때마저 아파하는 이는 없을지 말들을 헤아리는 일.
추천사를 쓴 요조 작가에 따르면 저자는 "너무 내향적인 나머지 남 앞에서 언제나 역력하게 긴장하는 얼굴, 그러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못하는 개그 욕심, 잘 풀리지 않던 나날 끝에 경험한 책의 큰 성공과 그 이후 찾아온 포기하지 못하는 동료 작가들에게 상처 주고 싶어 하지 않는 착한 마음"의 소유자다. 정성 들여 쓴, 그 와중에 옅은 개그의 시도가 눈에 띄는 작품이다.
『심심과 열심』
김신회 지음 | 민음사 펴냄│248쪽│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