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휴가는 스크린으로 떠나보자!
올해 여름휴가는 스크린으로 떠나보자!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7.14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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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여름을 오롯이 품고 있는 영화들이 있다. 단순히 여름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영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의 이미지가, 그 속의 인물들이 모종의 열기를 안고 있는 영화. 그리고 그 열기를 삶을 지탱하는 온기로 바꿀 줄 아는 미덕을 가진 영화. 그러니 여름을 빼어나게 묘사한 영화들은 풍경뿐만 아니라 인물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불길 또한 뜨겁게 포착할 줄 안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 스틸컷

먼저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기쿠지로의 여름>(1999)이다. 할머니와 둘이서 사는 소년 마사오(세키구치 유스케). 아빠는 죽고,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나간 엄마는 이따금 생활에 필요한 소포만 보내온다. 여름방학을 맞은 소년의 일상은 더욱 무료하다. 가족과 여행을 떠나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문득 엄마가 보고 싶어진 마사오는 소포에 적힌 주소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소년의 여행은 순탄하지 않다. 그는 여행을 시작하자마자 동네 불량배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그것을 목격한 마사오의 이웃 미키(기시모토 고요코)는 자신의 남편 기쿠지로(기타노 다케시)에게 마사오와 동행할 것을 명령한다. 그렇게 기쿠지로와 마사오는 ‘함께’ 여행을 떠난다.

영화는 마사오가 엄마와 재회하는 순간을 하이라이트로 포착하지 않고, 다시 기쿠지로와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에 모든 영화적 역량을 쏟아 붓는다. 여행은 어디로 떠나는 게 아니라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오는 것임을 아는 것이다. <기쿠지로의 여름>은 두 남자의 불안하지만 즐거운 여정을 시종 적절한 유머와 감동으로 스케치하며 끝을 맺는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 스틸컷

두 번째 영화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이다. 이 영화는 우연히 ‘타임 리프’ (time leap : 과거 또는 미래로의 시간 여행) 능력을 얻게 된 소녀 마코토와 친구들의 사랑과 우정, 성장을 그리고 있다.

마코토에게는 치아키라는 친구가 있다. 어느 날 친구로만 생각했던 치아키가 사랑을 고백해오자 마코토는 당황한다. 마코토는 이 순간을 피하기 위해 타임 리프 능력을 사용하며 치아키를 의도적으로 피한다. 하지만 타임 리프가 운명의 시간까지는 되돌리지는 못하고, 치아키를 만날 때마다 타임 리프 능력을 사용했던 마코토는 그 능력이 유한하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아름다운 여름의 풍경 아래, 경쾌하면서도 진중한 성장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다. 상대의 진심이라는 건 외면하고 싶어도 외면할 수 없고, 오롯이 직면해야 한다는 걸 영화는 재기 발랄한 시간 감각과 생동감 넘치는 여름의 이미지로 제시한다.

장건재 감독,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 스틸컷

이 밖에도 여름을 주요한 질료로 소비하는 영화들이 많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은 소년의 첫사랑을 여름의 강렬한 햇살로 녹여내고, 장건재 감독의 <한여름의 판타지아>(2014)는 여름을 배경으로 실존과 행복의 문제를 두 남녀의 멜로드라마로 채색한다.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1998) 역시 여름의 계절감을 바탕에 두고 두 남녀의 가슴 아픈 사랑을 절제된 화법으로 그려낸다.

여름의 에너지를 만끽할 수 있는 영화. 올 여름은 스크린으로 여름휴가를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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