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욕구 중 특히 ‘성욕’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
여러 욕구 중 특히 ‘성욕’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7.13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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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식욕·수면욕·성욕’은 인간의 기본 욕구다. 모든 인간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잠을 충분히 이루고, 짜릿한 성적 쾌감을 갈망한다. 다만 그 욕구가 ‘하고 싶다’ 정도의 바람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본능에 가까워 적절한 통제가 필요한데, 그중에서 성욕은 ‘명예로운 삶’의 관점에서 좀 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식욕과 수면욕은 잘못 관리하면 육신의 죽음을 이루지만, 성욕은 사회적 죽음(에 더해 육신의 죽음)을 낳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이른바 미투 파문으로 많은 (자신의 분야에서 권력을 지닌) 이들이 법과 여론의 심판을 받았다. 그들 대다수는 정치·경제·사회적으로 공이 적지 않지만, 성범죄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오랜 시간 쌓아왔던 업적과 명예, 지위를 잃고 수감되거나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릇된 성욕으로 오래 쌓은 공든 탑이 무너진 것이다.

피해자도 (자업자득의) 가해자도 모두가 불행해지기 마련인 성범죄. 어떤 요인이 이런 상황을 지속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직장 내 불합리한 조직 문화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잘못된 위계질서가 성범죄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인데, 이와 관련해 한국여성연구소는 책 『젠더와 사회』에서 “성희롱은 신체적·언어적·시각적인 차원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고용상의 불이익과 관계되는 조건형 성희롱과 직접 고용조건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성적 괴롭힘으로 인해 근무 의욕을 저하시키는 환경형 성희롱으로 구분된다”며 “성희롱은 단순히 타인에 대한 성적 관심에서 발생하는 사건이 아니다. 직장 내 성희롱은 조직 문화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성적으로 이용하는 인권 침해적 행위”라고 지적한다.

누군가는 ‘불안’을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성적으로 흥분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은 진정제와 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에 불안감이 심한 사람은 불안을 잊기 위해 자극적 성행위의 쾌감을 갈망하게 된다는 것.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임상심리학자 아치볼드 하트는 책 『남자도 잘 모르는 남자의 성』에서 “(불안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조금만 더 쾌락을, 아슬아슬함을 추구하라는 유혹이 끊임없이 우리 주위를 맴돌 것”이라며 “극도의 성적 쾌락이란 것은 밑바닥 없는 웅덩이와 같이 결코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이다. 성이 삶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에 거기에 우리 인생을 걸 필요는 없다”고 충고한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많은 것을 잃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계속되는 성범죄. 이와 관련해 직장인 유새빛씨는 책 『우리에게는 참지 않을 권리가 있다』에서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성희롱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나의 동기와 후배가 성희롱을 겪었다. 누구에게나 안전한 근로환경에서 일할 권리가 있으며 누구도 인권과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받아서는 안 되지만, 우리는 종종 이렇게 권리를 침해당한다. 조직이 나를 보호해주지 못하고, 근로환경에서 불평등과 차별을 겪는다면 직접 스스로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찾아야한다”고 토로한다.

성범죄 피해자인 김지은씨 역시 책 『김지은입니다』에서 “여성의 40%가 성폭력을 경험한다고 한다. 내 주변만 해도 그렇다. 친구는 모르는 누군가에게 강간 미수를, 후배의 친구는 친오빠로부터 성폭행을, 자원봉사를 통해 알게 된 친구는 직장 상사에게 준강간을, 그 외 숱한 성추행과 성희롱에 시달려왔다”며 “성폭력 피해자는 이 사회에서 약자 중에 가장 약자다. 일본의 미투 상징 이토 시오리는 ‘나는 (성폭력을 당한) 그날 죽임을 당했다’고 표현했다. 그 정도로 성폭행은 육체와 영혼을 갉아먹는 살인적인 폭력”이라고 강조한다.

당사자와 그 가족까지 죽음의 고통으로 내모는 성범죄. 이젠 그만, 그만 죽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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