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 아름다운 이별과 삶을 위한 ‘유언장’
메멘토 모리, 아름다운 이별과 삶을 위한 ‘유언장’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7.10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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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작곡가 엔니오 모리코네. [사진=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엔니오 모리코네는 죽는다. 항상 내 곁에 있는 혹은 멀리 떨어져 있는 모든 친구에게 이를 알린다. 이런 방식으로 작별 인사를 대신하고 비공개 장례를 치르려는 단 하나의 이유는, 방해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유언 中)

<시네마 천국> <미션> 등 500여편의 영화음악을 작곡한 20세기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지난 6일 향년 91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의 유언이 화제가 됐다. 모리코네는 그가 사랑하는 이들을 거명하며 “내가 너희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의 아내에게는 “나는 당신에게 매일매일 새로운 사랑을 느꼈다. 이 사랑은 우리를 하나로 묶었다. 이제 이를 단념할 수밖에 없어 정말 미안하다. 당신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작별을 고한다”고 적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별인가. 모리코네의 음악이 그랬던 것처럼, 그의 마지막 편지는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 모리코네가 미리 써두지 않았다면 이러한 이별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모리코네는 유언이 단순히 남겨진 이들의 재산분배를 용이하게 하는 수단이라는 편견을 깼다.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 그 시기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당장 오늘일 수도, 내일일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가.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사망한 이들의 유언장 작성 비율이 5%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다. 많은 이들이 내일 아침에도 눈을 뜨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살아간다. 가는 데는 순서 없다는 말을 굳이 꺼내지 않아도 어리석은 생각이 아닐 수 없다.  

나이가 많든 적든, 유언장을 작성해보는 것은 어떨까. 일본의 작가이자 유언장 예찬자 카주미 야마구치는 책 『중년, 꼭 한 번은 유언장을 써라』에서 유언장이 비단 남겨진 이들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유언장 작성이 인생의 중간 결산이자 남은 절반의 인생을 한층 더 멋지고 뜻깊게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해볼 만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가 40대에 유언장을 쓰며 느낀 것은, 분명 유언장은 남아 있는 누군가에게 쓰는 것이기는 해도 그것을 쓰는 과정은 ‘자기 자신과 나누는 대화’라는 사실이었다. 가령 유언장을 쓰기 위해서는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것(경제적인 의미에서의 자산, 인적 네트워크 등)을 다시금 확인하고 자기 자신의 가치관(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이 과정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반추하게 하며, 남은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생각에 이르게 한다. 결국 작성자의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또한 죽으면 한 줌 흙으로 돌아갈 뿐이다. 호랑이는 가죽을,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지만, 자신의 인생에 대한 기록을 스스로 남기지 않으면, 사실상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유언장은 그런 점에서 누군가에게 자신의 흔적을 남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그 누군가는 가족이 될 수도 있고 뜻이 잘 통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친한 친구일 수도 있다. 유언을 남길 대상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음은 덤이다.

마지막으로, 유언장 작성은 인간의 생이 유한하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새삼 환기한다. “Today is the first day of the last of you life”(오늘은 남은 인생의 첫 번째 날이다)라는 경구가 그렇듯, 이러한 환기는 남은 인생에 활력을 더하고, 우선순위를 재정비해 뜻깊은 인생을 살게 한다. 메멘토 모리(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그리고 유언장을 작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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