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그동안 나에게 암은 연구를 같이하는 일종의 동료와 같은 친근한 존재였다. 그리고 암에 걸린 환자들의 데이터를 살펴볼 때도 암에 더 관심이 가고 환자의 아픔과 고통은 헤아리지 못했다. 이렇게 동료이고 우군이고 친밀한 느낌마젇 들었던 암이 하루아침에 돌변했다. 나의 죽음과 연결되니 암이 전과 전혀 다른 모습으오 그 실체를 보이기 시작했다.<14쪽>
힘들 때나 아빠가 보고 싶을 때 너의 손을 봐라. 너는 손이 유난히 길고 가늘어 내 손과 많이 닮아 있지. 얘야, 평소에도 우리, 손이 서로 많이 닮았구나 이야기했으니 내가 말하는 의미를 잘 이해하리라 믿는다. 너의 손에 내가 같이 있으니 힘들거나 위로받고 싶을 때, 눈물이 나거나 보고 싶을 때, 손을 보고 손으로 눈물을 닦고, 얼굴을 감싸고 아픈 데는 어루만지면 그때 내가 같이 있을 거란다.<20쪽>
최근에 급속하게 개발되고 있는 항암제들이 분자표적 항암제들이다. 이들 항암제의 개발은 암세포에 집중적으로 연구의 초점이 모아지면서 가능하게 됐다. 1960년대 중반에 시작돼 1970년대 말까지 화학요법에 의한 암 치료의 중심에 있었던 복합 화학요법도 초기의 몇몇 혈액암 치료의 성공 이후 대부분의 고형암 치료에서는 고전을 거듭했다.<155쪽>
암은 아직도 미로 속에 있다. 그동안의 치열한 노력으로 그 정체가 정밀하고 미세하게 파악됐지만, 아직도 그 전모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우리가 암의 어둠을 향해 비추는 빛의 크기가 아직 작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암을 보는 시야가 좁고 한정돼 부분만 보고 더 넓게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177쪽>
『미로 속에서 암과 만나다』
김규원 지음│담앤북스 펴냄│252쪽│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