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고리 소녀'... 왜 유명할까? 
[포토인북]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고리 소녀'... 왜 유명할까?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7.08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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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막 미소가 사라지고 있는 듯한 찰나의 표정과 눈망울, 입술의 생기 어린 느낌"을 풍기는 10대 후반의 소녀는 '북구의 모나리자'라 칭송받는 그림 '진주 귀고리 소녀'의 주인공이다. 눈길을 끄는 매력에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작품인데, 이 그림을 그린 이가 17세기 네덜란드 3대 화가로 손꼽히는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다. 그는 생전에 델프트에서만 활동해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사후에는 거의 잊히다시피 했지만, 19세기 말 재발견돼 20세기엔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미술사학자이자 비평가인 테오필 토레뷔르거는 그를 두고 "델프트의 스핑크스"라고 했는데, 문화콘텐츠 전문가인 전원경 박사가 그의 다양한 면모를 책에 담아 소개한다. 

'편지를 읽는 푸른 옷의 여인', 1663~1664, 네덜란드 국립미술관, 암스테르담. [사진=도서출판 아르테]
'편지를 읽는 푸른 옷의 여인', 1663~1664, 네덜란드 국립미술관, 암스테르담. [사진=도서출판 아르테]

푸른 옷을 입은 여인은 아마도 남편이 보낸 편지를 읽고 있다. 여인의 얼굴에 그리움과 기쁨 그리고 남편과 배 속의 아이를 곧 만나리라는 희망이 엿보인다. 여인이 입은 치마의 노란색과 웃옷의 푸른색은 페르메이르가 즐겨 쓴 책이다. 특히 메르메이르의 푸른색은 당시 금보다도 비싼 라피스라줄리를 갈아 만들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선명한 느낌이 살아 있다. <12쪽> 

'마르다와 마리아의 집에 온 예수', 1654~1655, 스코틀랜드 국립미술관, 에든버러. [사진=도서출판 아르테]
'마르다와 마리아의 집에 온 예수', 1654~1655, 스코틀랜드 국립미술관, 에든버러. [사진=도서출판 아르테]

남아 있는 페르메이르의 그림 중 가장 큰 작품이며, 또 유일한 종교화이기도 하다. 페르메이르는 이 그림에서 공간 가운데 있는 예수에게만 빛을 내리쬐게 하고 마르다와 마리아의 얼굴에는 그늘을 드리워서 그림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중략) 마르다와 마리아의 집에 온 예수의 에피소드를 그림으로 그릴 때 화가들은 대개 샐쭉해진 마르다의 얼굴 표정을 부각시킨다. 이 장면은 어떤 갈등의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페르메이르의 그림은 조금 다르다. 이 그림 속에서 예수는 평범하지만 부드러운 표정의 남자다. 그는 오른손을 마리아에게 내밀며 시선은 마르다를 향하고 있다. 마르다에게 무언가를 말하는 모습이다. <29~31쪽>  

'골목길', 네덜란드 국립미술관, 암스테르담. [사진=도서출판 아르테]
'골목길', 네덜란드 국립미술관, 암스테르담. [사진=도서출판 아르테]

차분하고 고요한 골목길의 풍경이다. 낡았지만 깨끗이 정돈된 두 채의 집이 나란히 서 있다. 이 그림이 그려진 지점은 페르메이르의 생가에서 멀지 않은 플라밍 거리 40~42번지 사이로 추정된다. 페르메이르는 두 채의 집은 꼼꼼하게 그린 반면, 네명의 등장인물은 마치 그림 속 정물처럼 간결하게 표현했다. 이 그림 속 두 아이는 페르메이르의 실제 자녀들이었을지도 모른다. (중략) 페르메이르는 왜 이 장면을 그리기로 결심했던 것일까? (중략) 아마도 페르메이르는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일상은 이토록 평온하게, 그리고 근면하게 흘러간다'는 이야기 말이다. <120~121쪽> 

'진주 귀고리 소녀',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 헤이그. [사진=도서출판 아르테] 
'진주 귀고리 소녀',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 헤이그. [사진=도서출판 아르테] 

무엇이 이 조촐한 작품을 그토록 유명하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도드라지는 건 생동감이었다. 제목은 '진주 귀고리 소녀'지만 그림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소녀의 눈과 입술이었다. 물기 머금은 연회색의 눈망울이 진주보다 더 명징하게 빛났다. 어깨 너머로 돌아보며 보는 이와 눈을 맞추는 소녀는 금세라도 입술을 달싹이며 무언가 말을 할 것만 같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그림은 치밀한 완벽주의자 페르메이르의 작품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고 대담했다. 가장 꼼꼼히 그린 부분은 검은 배경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둠 속에서 창백한 얼굴의 소녀가 홀연히 떠오르는 듯한 인상의 그림이다.  <177~178쪽> 


『페르메이르』
전원경 지음 | 아르테(arte) 펴냄│292쪽│18,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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