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재형 민평통 위원장 “평화의 발걸음이 북한으로까지 이어지기를”
[인터뷰] 조재형 민평통 위원장 “평화의 발걸음이 북한으로까지 이어지기를”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7.07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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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민평통 위원장 [사진=안경선 PD]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미국의 사상가 겸 문학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책 『헨리 데이비드 소로, 걷기의 유혹』에서 “내 다리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내 생각도 흐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걷기가 몸과 마음의 치유는 물론 사유의 확장까지 도모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서울과 경기도 일대의 열아홉 개 산에서는 코로나19 극복과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치유와 평화의 ‘울트라 산악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기획 및 후원하고, 울트라 산악마라톤 조직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대회는 코로나19의 악조건 속에서도 철저한 방역 준칙 아래 안전하게 마무리됐다.

대회에 참가한 인원들은 최장 무박 3일 동안 코로나19의 종식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뛰고 또 뛰었다. “그들의 발걸음이 코로나19의 극복과 평화통일을 위한 중요한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는 조재형 민평통 사회문화교류분과위원회 위원장. 그가 생각하는 평화와 통일 그리고 마라톤의 인문학적 특성에 관해 들어봤다.

Q.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의 마라톤 행사가 거의 취소됐는데, 그 와중에 무박 3일 간 열아홉 개의 산을 뛰는 산악 마라톤 대회를 열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

A. 코로나19로 인해 전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일자리를 잃고, 그에 따라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등 경제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국민들이 늘고 있습니다. 또 최근 남북관계가 급격하게 경색돼 국민들이 안보 불안까지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힘든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는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습니다. 이에 남북관계 발전 및 2032년 서울·평양공동올림픽 유치를 위해 원래부터 기획했던 마라톤 대회를 코로나19 극복의 메시지를 담아 방역준칙에 맞춰 최소한의 규모로 진행했습니다.

Q. 왜 하필 산악 마라톤인지 궁금하다

A. 마라톤은 올림픽 종목 가운데서도 가장 힘들기로 유명합니다. 그야말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는 스포츠죠. 평지에서도 힘든 마라톤을 산악에서 진행한다는 건 더 큰 각오와 체력, 의지가 필요한 일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저력을 보여 왔습니다.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남북관계까지 경색돼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우리 국민들은 기지를 발휘해 지혜롭게 돌파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침 대회에 참여한 선수들 상당수가 저마다 아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었어요. 극단적인 상황까지 내몰렸다가 다시 삶의 희망을 찾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심지어 나쁜 생각으로 산에 올라갔다가 역으로 산에서 희망을 발견한 경험을 가진 분도 있었습니다. ‘산’이라는 공간이 주는 치유와 위안, 그리고 두 다리로 버티고 서서 걷고 뛰는 행위를 바탕으로 하는 마라톤을 접목해 어려움에 빠진 국민들에게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Q. 마라톤 대회 과정 중에 다양한 에피소드가 많았을 것 같은데

A. 이번 마라톤 대회에서 최장 구간이 196km였는데, 완주에 성공한 사람이 총 네명이었어요. 그중에 두명이 ‘60대 여성’이었습니다. 젊은 남성 참가자들도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두 분은 정말 사력을 다해 완주를 하셨습니다.

특히 마지막 주자로 완주하신 분이 60대 중반의 여성분이셨는데, 골인하자마자 펑펑 우셨어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생각에 감정이 북받치신 것 같았습니다. 그분이 보여준 도전과 끈기,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가 이번 마라톤 대회의 상징적 이미지이자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조재형 민평통 위원장 [사진=안경선 PD]

Q. 민평통에서 사회문화교류분과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번 마라톤 대회도 민평통 업무의 일환으로 볼 수 있나?

A. 우선 민평통은 대통령의 통일정책 전반에 관한 자문 및 건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헌법기관입니다. 민평통에는 총 열 개의 분과위원회가 있는데, 저는 그중 사회문화교류분과위원회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제가 맡고 있는 분과는 주로 사회·문화·예술·체육·관광 분야에서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한 여러 정책 및 전략 등을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민족 동질성 회복 방안에 관한 사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특히 남북 문화·예술·체육인 상호 왕래 및 네트워크 구축이나 남북 문화재·문화 유적지 보존과 협력 방안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번 마라톤 대회는 애초에 체육 활동을 통해 남북관계의 발전을 꾀하려는 방향으로 기획됐습니다.

가령 지난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때, 민평통에서 올림픽을 계기로 평화와 화해의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한미군사훈련 연기 및 북측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관련 사안을 적극 검토해달라고 대통령께 건의했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었는데, 지금 남북관계가 경색돼 있지만 여러 문화‧예술‧체육 활동을 바탕으로 북측과 끊임없이 소통한다면 이 어려움도 곧 지나가리라 생각합니다.

Q. 임기 내 완수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A. 많은 국민의 지지와 응원 속에 2032년 서울·평양공동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유치하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남북 공동올림픽 유치는 단순한 체육 행사 그 이상의 의미가 있어요. 말하자면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평화의 물결이 일었고, 그 물결이 4‧27 판문점 선언으로 이어졌는데 그것을 2032 남북 공동올림픽 유치로 더욱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물론 현재 남북관계가 여러 어려움에 처해있지만 문화와 예술, 체육 분야의 적극적인 교류는 중단돼서는 안 됩니다. 한반도에서 쏘아올린 평화의 날갯짓이 여전히 대결과 반목을 거듭하고 있는 여러 분쟁 국가들에게도 가닿기를 소망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올 여름이 지나가고 미국 대선을 앞둔 가을에 접어들면 남북 및 북미 관계에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거기에 맞춰 미리 사회·문화·예술·체육·관광 분야에서 대통령을 보좌할 수 있는 획기적이면서도 창의적인 대북 정책을 마련해 평화의 불씨를 살려나가야 합니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이번에 진행한 마라톤 대회를 더욱 확장해 남북관계 발전 및 2032 남북 공동올림픽 유치에 주안점을 둔 마라톤 행사로 진행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제가 작사한 곡 중에 ‘서울에서 평양까지’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서울에서 평양까지의 실제 거리가 이번 마라톤 대회의 최장 구간인 196km입니다. 언젠가는 서울에서 평양까지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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