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나면 바로 까먹는 당신... 이렇게 읽어 보세요
읽고 나면 바로 까먹는 당신... 이렇게 읽어 보세요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7.07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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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책을 읽어도 남는 게 없어요.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내가 이 책을 읽은 게 맞나 싶을 때가 많고, 그럴 때면 더는 책을 읽고 싶지 않아요.”

어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누리꾼은 말했다. 책을 읽으려 노력하지만, 노력에 비해 소득이 많지 않다고. 얻는 것이 있어야 재미를 느끼고, 재미가 있어야 책 읽을 맛이 날 텐데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봐도 독서가 힘겨운 노동으로 느껴질 뿐 즐길 거리로 여겨지지 않는다고 말이다. 활자에 정신을 집중해 그 안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는 독서 행위는 내면의 양식을 쌓는다는 점에서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지만,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고 책에 흥미를 잃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재미난 영상 콘텐츠가 범람하면서 독서인구가 더욱 줄어드는 상황인데. 그렇다면 독서의 기쁨은 특정 소수만이 느낄 수 있는 지적 만족감일까? 다행히도 많은 독서전문가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올바른 독서법을 통하면 누구나 독서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것. 일본의 저명한 교육심리학자이자, 독서전문가인 사이토 다카시가 펴낸 여러 독서법 서적을 통해 기억에 남는 책 읽기 법을 알아본다.

다카시는 “책을 읽을 때 우리의 감각은 미묘하게 움직인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고민과 망설임, 호흡의 리듬 등 신체의 모든 감각이 새로운 정보나 지식, 깨달음을 진짜 자기 것으로 만들어준다”고 말한다. 독서가 인간의 감각을 자극한다는 것인데, 이때 자극을 극대화하는 행위 중 하나가 줄 긋기다. 그는 “손을 움직여 줄을 긋는 육체적 행위는 문장과 자신의 관계를 강화시킨다. 눈으로 읽고 머리로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강한 유대감이 책과 자신 자신에 생긴다”며 “책은 처음 접했을 때 확실하게 줄을 그어두면 시간이 흘러도 70~80퍼센트 정도는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오래 남는 독서를 가능케 하는 밑줄 긋기. 이때 필요한 도구가 3색 볼펜이다. 다카시는 책 『3색 볼펜 읽기 공부법』(중앙북스)에서 “3색 볼펜을 한 손에 쥐고 딸깍딸깍 소리를 내며 줄을 긋는 동안에 리드미컬한 자극이 신체와 두뇌로 전달된다. 주관과 객관이 바뀌었다는 것을 볼펜 소리가 알려(주는 신호와 같은 것)”이라며 “(볼펜 전환) 소리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대단한 위력이 있다. 볼펜 색을 바꿀 때 나는 딸깍 소리는 자신의 사고를 뒷받침하고 용기를 북돋아 준다. 볼펜을 초록색으로 전환하는 순간 ‘이제부터는 내 취향대로 마음껏 줄을 그어도 된다’고 하는 달리기 시합의 신호탄 소리처럼 들린다. 정말로 머릿속에 스위치가 켜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물이 지닌 안정성의 도움을 받으면 불안정한 마음 상태를 쉽게 가다듬을 수” 있기 때문에 책을 피동적으로 흡수하다가 볼펜 소리를 신호 삼아 능동적 습득으로 태세를 전환하면 책 내용을 기억에 새기기 쉽다는 말이다. 그는 볼펜 색에 관한 조언도 전했는데, 파란색은 ‘대체로 중요한 곳’, 빨간색은 ‘매우 중요한 곳’, 초록색은 ‘일반적으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자신이 재밌다고 느낀 곳’에 그으라고 충고한다.

소리 내 읽기 역시 책을 깊이 읽는 좋은 방법이다. 다카시는 책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걷는 나무)에서 “눈으로 보고 입으로 소리 내어 읽으며 다시 자신의 귀로 듣는 과정 속에서 여러 개의 감각이 동시에 활성화돼 인간의 뇌를 자극한다. 실제로 음독을 할 때 뇌를 관찰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전두엽이 눈에 띄게 활성화되며 음독 후 기억력이 묵독에 비해 20퍼센트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음독을 하면 주의력이 높아져 집중하기가 훨씬 쉽고 흘려버릴 수 있는 문장도 오래 기억하게 된다”며 “어느 날 (영어로 된 소설) 두페이지 정도를 소리 내 읽고 잠들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날 밤 영어로 대화하는 꿈을 꿨다. 내가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평소에 영어로 대화할 일이 많아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소리 내 책을 읽는 것이 알게 모르게 우리 머릿속에 들어와 짙은 잔상을 남긴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고 말한다.

감각을 자극할수록 오래 기억한다는 것인데, 필기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다. 다카시는 “눈으로 한 번 읽고 손으로 다시 옮겨 쓰면서 문장 하나하나 꼭꼭 씹어 먹으며 음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사는 정독의 진수라 할 수 있다. 눈으로 후루룩 읽고 지나갔던 문장들이 다시 보이고 이해가 되지 않았던 모호한 문장들도 어렴풋이 뜻이 통하기 시작한다”며 “좋은 부분을 적어 두고 왜 그 부분이 좋았는지 혹은 어떤 점을 느꼈는지를 함께 적으면 독서로 얻은 지식을 자신과 연결해서 생각하는 훈련을 할 수 있고,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분량을 채워야 한다는 압박감만 버린다면 ‘재미있다’라는 식의 단편적인 인상만으로 책을 기억하지 않고 독서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고 조언한다. 중국의 마오쩌둥이 “붓을 움직이지 않는 독서는 독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듯이 말이다.

소설 『김씨의 나라』 인물관계도. [사진=도서출판 고즈넉이엔티]
소설 『김씨의 나라』 인물관계도. [사진=도서출판 고즈넉이엔티]

소설을 읽을 때는 인물관계도를 그리는 것도 책 읽는 재미를 높이는 방법이다. 다카시는 책 『세상에 읽지 못할 책은 없다』(21세기북스)에서 “(장편소설에) 너무 많은 인물이 등장하면 이름이나 관계성을 다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유명한 배우가 연기해주는 영화라면 구별이 쉽겠지만 소설은 활자로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누가 누군지 알 수 없게 되면 작품의 매력이 반감된다. 그대로 (책을) 덮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며 “이를 해결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등장인물의 관계도를 그려보는 것이다”라고 전한다. 실제로 백금남 소설 『김씨의 나라』(고즈넉이엔티), 정세랑 『시선으로부터』(문학동네) 등의 최신작 소설들은 책 서두에 인물관계도를 담아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마지막으로 추천할 방법은 “다른 사람에게 책 내용을 소개하는 것”이다. 다카시는 “처음부터 누군가에게 이 책을 소개하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읽는 것이 좋다. 긴장감도 있고 ‘포인트를 잡자’고 의식하면서 읽기 때문”이라며 “가족이나 친구나 동료와의 잡담 중에 ‘이 책이 재미있다’고 소개를 해보자. (듣는 이가 지루하지 않도록 설명은) 30초 이내에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이런) 작업이 뇌를 단련시키고 기억력을 향상시킨다”고 충고한다.

다카시는 “책을 깊게 읽는다는 것은 책을 적극적으로 읽는다는 말과 통한다.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읽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고, 옮겨 적고, 다시 읽고, 곱씹으면서 읽는 것이니 말이다. 책의 권위에 압도당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책을 읽는다면 어느 순간 책의 한 부분이 내면으로 들어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 기쁨을 꼭 느껴 보길 바란다”고 권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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