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당신도 혼자 겉돈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샌프란시스코 이방인』
[책 속 명문장] 당신도 혼자 겉돈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샌프란시스코 이방인』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0.07.0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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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샌프란시스코의 모든 풍경이 짙은 회색으로 느껴지던 시절이 있었다. 혼자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금전적으로 어려웠고 무엇보다 나의 미래가 가늠되지 않을 정도로 불투명했던 날들이었다. 게다가 같은 시기에 부모님마저 이혼하고 아빠와의 연도 끊겼다. 견디기 벅찬 날들이 이어졌다.<15쪽>

하늘을 보니 뭉게구름이 가득 차 있다. 수직으로 솟은 모양을 보니 비가 내릴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샌프란시스코는 며칠 동안 많은 비가 쏟아졌다. (중략) 넓고 분주한 공항 한복판에서, 나의 언어로 나를 도와줄 사람은 없는 듯 보였다. 나와 저들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거리감이 이질적인 부유물처럼 둥둥 떠다니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1살에 이방인의 삶을 시작했다.<22~23쪽>

때론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중립을 지켜 주는 일보다, 온전히 한쪽 편을 들어 주는 일이 더 어려운 선택일 수 있다. ‘내가 네 편이 되어 줄게’라는 제목의 노래는 있어도 ‘내가 중립을 지켜 줄게’라는 노래는 없지 않은가?<109쪽>

새벽 다섯 시까지 노래방에서 놀고 밖으로 나오자 해가 밝아오며 하늘이 분홍색 솜사탕 빛으로 물들어갔다. 기어리 에비뉴(geary avenue) 길가 화단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택시를 기다리면서 하늘빛에 취했다. 마음이 울렁거렸다. 공부하느라 해 뜨는 걸 본 적은 있어도 놀다가 해 뜨는 걸 본 건 처음이라 이상한 감동이 일었다. 뭔가 대단한 걸 해낸 거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197쪽>

『샌프란시스코 이방인』
서동주 지음│실크로드 펴냄│288쪽│1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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