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뉴노멀 시대... 적어야 산다
‘불안’의 뉴노멀 시대... 적어야 산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7.01 13: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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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뉴노멀’은 본래 글로벌 금융위기(2007~2008년) 이후 새로이 형성된 세계 경제 불황을 지칭하는 경제학 용어다. 채권운영사 ‘핌코’의 모하메드 엘에리언이 책 『새로운 부의 탄생』(한국경제신문사/2009)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저성장·저금리·저물가’의 악재가 일시적 현상을 넘어 상시화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제는 경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새로운 현상의 고착화를 뜻하는 용어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라 비대면, 재택근무 등이 뉴노멀로 주목받는 것처럼 말이다.

코로나19는 우리 삶에 여러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감기에 걸리거나 황사 철에 한시적으로 사용하던 마스크는 이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이들의 생활필수품으로 자리하게 됐고, 매일 발표되는 코로나19 확진자 수 확인은 일기예보 확인처럼 일상적인 일이 돼버렸다. 거리 위 마스크 인파가 이질감을 자아냈던 것도 잠시, 이제는 “민얼굴이 더 낯설게 느껴진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다양한 뉴노멀이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라 등장한 뉴노멀 현상 중 하나는 ‘불확실성’의 증가다. 번듯한 직장도, 튼튼한 건강도, 좋은 평판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불확실성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소비 위축에 따라 자영업자들은 생계를 위협받았고, 그런 상황은 자금력이 탄탄한 대기업도 다르지 않다. 지난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 빚은 1분기 말 기준 1,611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증가했고, 기업 빚 역시 1분기 말 기준으로 1,229조2,00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6%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명목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201.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3%포인트 상승했는데, 이는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를 합한 민간신용이 GDP 대비 200%를 돌파했다는 ‘경고’를 함의한다. 경제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상황인 것. 실제로 대한항공의 경우 이미 전체인원의 70%가량이 휴직 중이며, 롯데마트 역시 1998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직원들이 순차적으로 20~30일씩) 무급휴직을 시행하고 있다. 여행업계는 사실상 고사 직전 상태인데 업계 1위 하나투어가 6~9월 창사 이래 최초로 무급휴직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 외 수많은 기업체가 경제 불확실성의 위기 속에 위태롭게 자리하고 있다.

수입감소도 큰 불안 요소지만, 건강 역시 그에 못지않은 불안 거리다. 돈을 잃으면 큰 것을 잃은 것이지만, 생명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 법이기 때문.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코로나19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설령 목숨을 지켰다 해도 감염 사실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주위의 따가운 시선이 쏠릴 수 있어, 이런 불안감에 따른 피로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너무나 빠른 변화로 전체 조망 능력을 잃어버릴 위험에 처한 사회에 살고 있다. 과거 사회는 급격한 발전 중에도 어느 정도의 개요와 구조화, 명료성, 평가 가능성, 관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방향성이 있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그러한 확실성을 제공하지 못한다. 우리가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불확실성과 불안함은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기본적인 요소가 됐다” - 사회심리학자 에른스트 디터 란터만 『불안사회』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함의 증가.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마음 다스리기 전문가들은 ‘기록’을 전한다. 글쓰기를 통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는 말인데, 김소연 시인은 책 『불안의 서』에서 “참혹하고도 가열찬 불안과 상념이 범람할 때, 그리하여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인 듯한 상태가 될 때, 그 무게로부터 완전히 달아날 수 없다면 달아나는 일과 가장 닮은 행위는 그것에 대해 무방비하게 감각하고 그걸 기록하는 일일 것”이라고 말한다. 만성 편두통을 앓는 셰퍼드 코미나스 역시 책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에서 “(글쓰기를 통해) 마음속에 있는 찌꺼기들을 탁탁 털어놓고 나면 모든 것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느낌이었고, 그 느낌이 나를 더없이 편안하게 했다”며 “글쓰기는 건강 문제뿐만 아니라 내게 닥친 온갖 시련에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줬다. 형님과 부모님의 잇따른 죽음, 자동차 사고, 이혼 같은 문제들을 연달아 겪으면서 예전처럼 심약한 나였다면 감당하기 힘들었을 시련을 지혜롭게 이겨낼 수 있게 해줬다”고 말한다.

부모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힘든 어린 시절의 상처를 글쓰기로 견뎌낸 이상주 작가 역시 책 『글쓰기로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다』에서 “글을 쓰다 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내가 건강해진다. 내가 건강해지면 나의 모든 오감은 열리고 비로소 자연이 보인다. (글을 쓰면) 단풍 지는 가을이 보이고 꽃이 피는 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그 과정을 통과하면)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진정으로 내가 보인다”고 글쓰기를 예찬한다.

글쓰기를 어떻게 시작할지 난감한가? 특별한 요령은 없다. “쓰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지, 정말 뭐든지 써도 좋다. 단 진실만을 말”(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하면 된다. “글쓰기의 이점과 효과를 경험하려면 오직 한 가지 방법뿐이다. 꾸준히 써라. 처음 시작하고 최소한 90일 동안은 쉬지 말고 시도(해라.)” “비록 만병통치약은 아닐지라도, 글쓰기는 값싸고 간단하게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탁월한 수단이다.”(셰퍼드 코미나스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

‘적자생존.’(適者生存:환경에 잘 적응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코로나 블루’(코로나로 인한 우울감)를 겪고 있다면, 오늘부터 글쓰기를 시작해보자. 잘 적어야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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